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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휴먼 스토리” 한국기독교성령100주년 대회 사료집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담임,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태어나서 70여 년을 살아오는 동안 ‘나’라는 존재로 빚어지는 데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의 손길이 있었지만 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무엇보다 먼저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나를 극진히 사랑하시고 자랑하시던 어머님의 ‘희생적인’ 사랑이 ‘나’를 오늘의 ‘나’라는 존재로 빚어놓았다. 11살 때 내가 주일 성수와 신앙의 절개를 지키기 위해서 평양을 떠나 남쪽으로 가겠다고 말했을 때 아마 속으로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과 슬픔을 지니면서도 그것을 숨기시고 나를 남쪽으로 떠나 보내신 어머니의 사랑은 아들을 내어 버리는 ‘희생적인’ 사랑이었다. 그리고 공산당과 타협하지 않으시고 신앙의 절개를 지키시며 평양 사동 탄광에서 죄수의 생활을 하시던 아버지를 찾아간 11살의 맏아들이 남쪽으로 가겠다고 말했을 때 “그러면 가라”고 말씀하시던 아버지 김관주 목사님은 나의 삶의 방향과 성향을 빚어놓으신 토기장이와 같은 분이셨다.
1948년 8월 어느 날 38선을 함께 넘어오던 어른들은 군인들에게 발각되어 모두 손을 들고 서서 붙잡혔지만, 나는 혼자서 어두움을 뚫고 3,40여분 동안 파 밭 길을 뛰어서 달리고 가슴 위까지 잠기는 강을 건너서 남쪽으로 넘어 왔고 그리고 서울에까지 왔다. 서울에 온지 얼마 후 한경직 목사님을 찾아 뵈었다. 나의 아버지가 한경직 목사님과 함께 신의주제이교회에서 부 목사로 목회했고 후에는 혼자서 목회하셨기 때문이었다. 한경직 목사님은 그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나를 만나면 언제나 나의 손을 붙잡고 ‘아버지 아버지!” 라고 하셨다. 나의 아버지를 부르시곤 하신 것이었다. 나는 한 목사님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면서 한 평생을 살았다. 한 목사님의 온유 겸손 청빈 봉사 연합의 정신과 삶은 나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일어났다. 나는 서울에서 대구로 피난 가서 3년 동안 중학생 시절을 보냈는데 그 때 내가 만난 분이 ‘한국의 무디’ 이성봉 목사님이었다. 이 목사님이 이 교회 저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했는데 나는 이 목사님이 인도하는 부흥회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나는 이성봉 목사님의 설교를 빨아 먹듯이 온 몸으로 들으면서 큰 은혜를 받곤 했다. 회개하라고 하면 회개하고, 새벽기도를 하라고 하면 새벽기도를 하고, 철야기도를 하라고 하면 철야기도를 하고, 성경을 암송하라고 하면 성경을 암송하고, 안수기도를 받으라고 하면 안수기도를 받았다. 금요일 철야기도를 마치고 토요일 새벽 안수기도를 받을 때는 기도 제목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좋은 목사님이 되는 것입니다” 라고 말씀 드리곤 했다. 나를 알아보시고는 “고놈 기특하군” 이라고 칭찬하시면서 기도해주시곤 했다.
내가 서울로 올라왔을 때 창동(대창)교회를 다니게 되었는데 거기서 ‘한국의 예레미야’ 김치선 목사님을 만났다. 김 목사님은 한국교회 기도운동과 부흥운동의 아버지와 같은 분이셨다. 김 목사님은 매일 새벽 “성령이여 강림하사” 찬송을 부르며 성령의 은혜를 사모했고, 눈물을 흘리면서 회개의 기도를 드렸으며, 2만 8천 여 동내에 우물을 파게 헤 달라고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다. 나는 김치선 목사님이 인도하시는 부흥회는 어디든지 따라다녔는데 대구 주암산 부흥회까지 따라갔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무조건 왕십리로 갔다. 왕십리에 우물을 파기 위해서였다. 왕십리 들판에 나가서 찬송을 부르며 아이들을 모았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전도를 계속했다. 우리는 천막을 구해다가 「한양제일교회」라는 간판을 걸고 천막교회를 시작했다. 김치선 목사님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나의 삶과 사고와 사역에 가장 깊은 감동과 영향을 미친 분은 기도와 말씀의 사람 박윤선 목사님이었다. 박 목사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목사님이 되셨다. 박 목사님도 나를 무척 좋아하셨다. 나는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나 박 목사님과 상의를 했고 박 목사님도 시간에 상관 없이 나에게 전화를 걸고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시곤 했다. 박윤선 목사님은 한 마디로 하나님만 아신 분이었고 하나님께 붙잡혀 사신 분이었다. 기도와 말씀 연구에 온 생애를 바친 분이셨다. 박 목사님의 삶과 인격은 겸손과 진실로 나타났다. 그의 얼굴에는 항상 잔잔하고 순박한 소년의 미소가 깃들여 있었고 가식이나 꾸밈을 모르는 진실이 풍기고 있었다. 박윤선 목사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전 한 주간 동안 내가 미국에 가 있다가 달려와서 거의 매일 박 목사님 곁에 있었던 것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큰 축복이었다.
나는 인격적으로 신앙적으로 너무너무 부족한 사람이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귀한 신앙의 선배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한 평생을 살아왔다. 나는 온유 겸손 연합 격려의 정신으로 살아오시는 정진경 목사님을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며 따랐는데 정 목사님은 황송하게도 나에 대해서 이런 글을 쓰셨다. “오래 살다 보면 주변에 아는 사람도 많이 생기고 가까운 친구도 갖게 되는데 내 마음을 열어 보이고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를 허용할 수 있는 친구를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김 목사 같은 신실한 친구를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 늘 감사 드린다. 내가 김 목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능력이나 받은 은사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맡은 일에 쏟아 붓는 정열을 나는 좋아한다. 또 그의 검소하고 청렴한 생활과 아무것도 숨김 없이 사는 그의 솔직한 성품을 나는 좋아한다.”
나는 신현균 목사님으로부터도 사랑을 받으면서 수년 동안 매년 그가 인도하는 부흥사연수원에 가서 강의를 했고, 신 목사님은 강변교회에 와서 설교도 하셨다. 나는 강원용 목사님과 김창인 목사님과 조용기 목사님으로부터도 사랑을 받았는데, 2005년 4월 8일에는 세 분께서 부족한 사람의 부탁을 받고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조찬기도 모임에 오셔서 한국교회를 대신해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라는 주제로 진솔한 참회의 고백을 하시기도 했다. 나는 세 분으로부터 각각 포용성과 진실성과 영성을 배웠다. 강 목사님은 나를 아주 좋아하시면서 그의 마지막 저서인 “내가 믿는 그리스도”의 서문을 나에게 부탁하시기까지 했다. 이중표 목사님과는 연인 같은 우정을 나누며 피차 배우면서 좋아했는데 어느 해 성탄절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써서 나에게 보냈다. “성탄이 오면 고마운 님이 생각난다. 나에게 님으로 만나주신 목사님께 눈물 겹도록 고마운 생각이 든다. 하늘 아래 님으로 계신 목사님이 살아계신 사실로 나는 이 세상을 살 맛이 난다. 님을 생각하면 그 소중함이 하늘에 이르고 아끼는 마음은 땅끝에 이르니 아아! 신비한 만남이요 우정이로다.”
‘나’를 ‘나’라는 존재로 빚어준 수 많은 선배 분들과 동료 분들을 다 열거할 수는 없다. 나는 부족함이 너무너무 많은 존재이지만 ‘나’ 라는 지금의 존재로 ‘신묘막측하게’ 빚어주신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사랑과 감화와 감동의 자양분을 부어주신 수 많은 선배 분들과 동료 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내가 주께 감사함은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하심이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