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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태성 목사
  기독교개혁신보(2009.8.22) 기고 - 목회칼럼
  

기독교개혁신보 <목회칼럼> 허태성 목사(강변교회)

'여호와는 나의 내비게이션(Navigation)이시니'

지난 온 모든 날들이 다 의미가 있었고, 모든 해(年)가 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지만 나에게 있어서 2007년은 결코 잊지 못할 해였던 것 같다. 은곡교회에서 한 달 모자란 8년간의 목회생활을 마감한 나는 신학교에 입학한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동안의 안식월을 보내기 위해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 여행길에 올랐다. 8월 18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나의 가족은 첫 기착지인 달라스 공항에서부터 혹독한 미국 입국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공항직원은 일반 관광비자로 전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장기여행을 하겠다고 들어오는 나를 믿어 주지 않았다. 내가 목사라는 것을 밝히고, 안식년을 받아서 좀 쉬면서 여행을 하려고 한다고 입국목적을 설명했지만 그는 나의 가족을 2시간씩 별실에 붙들어 두면서 집요하게 심문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2학년인 아들과 고 3인 딸을 미국에서 공부를 시키지 않고 그냥 여행만 한다고 했으니 아마 내가 공항직원이었더라도 한 번쯤 의심했을 것이다. 쉽게 미국 땅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던 나는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님께 기도하지 않은 죄를 회개하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겨드리는 기도를 하고 나자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미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순간 그 공항직원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신의 말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나는 당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다." 그러고 나서 입국해도 좋다는 도장을 찍어 주었다. 겨우 짐을 찾아서 미시시피 주도(州都)인 잭슨으로 가는 국내선을 타기 위해 정신없이 탑승구를 찾아 갔다.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서 가까스로 출발 10분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탑승구는 닫혀 있었다. 할 수 없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 비행기는 남은 좌석이 없었다. 또 다시 2시간을 더 기다려서 거의 저녁때가 되어서 비행기를 타고 잭슨공항에 도착하였다. 저절로 쉽게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 여정 가운데 나는 또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도하고 나면 문제가 해결되었다. 비록 목회는 잠시 내려놓고 쉬고 있었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또 다른 영적 훈련의 기간이었고 영적 성장의 기회가 되었음을 고백하며 감사를 드린다.

미국에서 머무는 동안에 나는 추수감사절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마침 크리스챤 사립고교에서 청강생으로 공부하던 딸이 1주일간 학교가 휴무에 들어간다고 해서 그 기회를 이용하여 미국 여행을 해 보리라고 마음을 먹고 렌트카에 약간의 식료품과 간단한 조리 기구를 싣고서 미국 종단길에 올랐다. 미시시피주 잭슨을 출발하여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샬럿을 거쳐서 계속 북쪽으로 달렸다. 워싱턴 DC에 이르기까지 보았던 광활한 초원과 그 엄청난 단풍을 생각하면 다시 한 번 그 길을 달려보고 싶다. 뉴욕, 필라델피아 등을 방문하며 여러 목사님들과 평소 알고 지내던 성도들을 만나며 사랑의 교제를 나누었다. 잭슨을 떠난 지 1주일 만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지나 캐나다 토론토까지 올라갔다. 그 때까지 여행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토론토에서 주일을 보내고 월요일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던 길에 발생했다. 토론토를 떠나 캐나다 런던에서 한 가정을 심방하느라고 해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에 국경 근처에 이르게 되었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갑자기 폭설로 돌변하였다. 처음 지나가는 길인 데다가 내린 눈으로 길은 미끄러웠다. 게다가 연료마저 거의 바닥이 나서 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아내와 자녀들은 나의 얼굴을 근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미국에서 구입한 내비게이션이 나에게 주유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가로등도 없는 2차선 도로를 한 참을 달렸다. 그런데 정말 그곳에 주유소가 있었다. 디트로이트 근교에 살고 있다는 한 형제의 집 주소를 입력하였다. 물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인도하는 대로 나는 밤길을 달렸다. 이번에도 좀 까다롭게 질문을 했지만 무사히 국경을 통과하여 미국에 들어와서 형제의 집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형제의 집에서 1박을 하며 교제를 나눈 후 이번에는 미국 대륙을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여 다시 잭슨으로 돌아왔다.

나는 지금도 종종 그 무모했던 여행을 떠 올린다. 무엇이 그 여행을 가능하게 했을까?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와 돌보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둘째는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오직 그 지시를 따라서만 갔기에 미국을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었다. 그 후로 나는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여호와는 나의 내비게이션이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얼마를 더 가야할지 알지 못하는 나의 인생길, 무슨 일을 만날는지 알 수 없는 나의 목회길. 오직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믿음으로 순종하며 갈 것이다. 아무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인쇄하기] 2009-08-22 11: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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