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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례 사
김명혁 목사
오늘은 참으로 기쁘고 축하할 만한 날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친구인 손봉호 박사님의 아들 화철군이 결혼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화철군은 믿음의 아들이고 지성의 아들이고 덕성의 아들입니다. 화철군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의 신앙을 따라서 주일을 거룩히 지키면서 하나님을 경외해 오는 믿음의 아들입니다. 아버지의 삶을 본받아 책임있는 사람으로 살려고 최선을 다하는 신실한 청년입니다.
변수연양은 제가 지난 화요일 처음 만났지만 어떤 면에서는 화철군보다 제 마음에 꼭 드는 면이 많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선 풍기는 인상과 외모가 아름답습니다. 수연양도 목사님을 아버지로 모신 믿음의 딸입니다. 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어와 영어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지성의 딸입니다. 부드럽고 너그러운 성품을 가진 덕성의 딸입니다. 한 가지 더 제 마음에 드는 것은 화철군에 비해 단순한 성품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오늘 2000년 6월 23일 신록의 계절에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화철 군과 수연 양이 결혼식을 거행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리며 두 사람 위에 하나님의 축복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중심으로 축원합니다. 두 사람은 결혼에 즈음하여 서로를 향한 사랑의 고백과 다짐을 했습니다. 사랑의 고백과 다짐을 거듭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저는 두 사람에게 서로를 향한 사랑의 고백과 다짐을 하게 했습니다.
신부 변수연양은 다음과 같은 진솔한 사랑의 고백을 했습니다. "대학교 기숙사 강당에서 당신을 처음 만난 후 10년이 흘렀습니다. 그 때 당신은 아슬아슬한 컵쌓기 놀이를 하던 소년같은 청년이었고 나는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밤마다 울면서 자던 소녀였습니다.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나 한 번에 돌이켜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추억들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선 당신을 내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당신은 어떤 위치에 있든지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습니다. 당신은 신중하고 너그러우며 많이 참을 줄 알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입니다. 그런 당신을 10년 동안 지켜보면서 처음에는 막연히 부러워하다가 지금은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나를 선택해 주었음을 당신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이 아다시피 겁도 많고 성급하며 그렇게 너그럽지 못한 사람입니다. 이런 나에게 당신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당신에게 내가 어떤 식으로 필요한 사람이 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약속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의 마음을 늘 기억하도록 애쓰겠다는 것입니다. 언재나 처음의 마음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알고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존중하는 것들을 나 역시 사랑하고 존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믿음을 잃지 않고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십자가를 날마다 지고 가겠다고 부모님과 당신 앞에 약속합니다. 2000년 6월 20일 변수연" 얼마나 멋지고 아름답고 수준 높은 사랑의 고백과 다짐입니까? 주례자의 마음이 얼마나 흐뭇하고 감사하고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신랑 손화철군도 수준 높은 사랑의 고백과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철학을 너무 많이 공부해서 그런지 너무 수준이 높아서 그런지 사랑의 고백인지 참회의 고백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지난 화요일 면담을 하면서 이제부터는 좀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살도록 힘쓰라고 충고를 했습니다. 행복과 기쁨은 단순한데 있기 때문입니다. 화철군의 긴 고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연씨, 그 동안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했던 고백과 다짐들이 적지 않지만, 새삼 그것들을 다시 되돌아보며 과연 그것들 중 얼마만큼이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며 생각이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이제까지 수연씨에게 쏟아 놓았던 그 수많은 말과 생각들이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 것들이었는가도 생각하게 됩니다. 감정을 다스릴 수 없어 내뱉은 말이 있다 하여, 또 내자신의 모습을 충분히 반성하지 못해 미련한 모습을 보였다 하여, 오늘 우리가 준비하는 일에 회의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 사랑이 예수님이 교회를 사랑하는 것과 같은 사랑에 미쳐야 한다는, 또 나의 능력으로는 나의 미련한 성품을 고칠 수 없다는, 교훈들이 스스로를 짓누르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경험했던 은혜가 위로가 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내 자신 이기적이고 순간순간 당황하리만치 유치한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지난날의 용감무쌍한 사랑의 고백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것을 점점 더 성숙하고 진정한 것으로 자라게 하실 하나님의 은혜를 믿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는 자의 모습이 이러해도 되는가 스스로 의심할 때조차 없지 않지만 그 사랑을 은혜로 자라게 하시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봅니다. 매일매일 함께 부딪치며 겪어야 할 크고 작은 문제들과 관련해서 내가 얼마나 무능한가를 기억하고 하나님 앞에 도움을 구하는 자세로 살려고 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돕는 배필의 역할을 잊지 않고 든든하게 옆에 서 있을게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은혜로 주어진다는 것 또한 잊지 않아서 우리 삶의 주인 앞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기를 원합니다. 수연씨가 이제부터는 언제나 옆에서 격려하고 인내하며 도와 줄 것 생각하며 앞날을 기대합니다. 2000. 6. 20. Dein 화철”아주 수준 높은 참회적 사랑의 고백과 다짐입니다.
이렇게 진지하고 진솔한 한 쌍의 사랑의 고백과 다짐을 들을 때 주례자는 마음이 평안합니다. 걱정이 없습니다. 두 사람이 모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훌륭한 믿음과 지성과 덕성을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내심과 부드러움과 너그러움도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례자는 그저 하나님의 축복을 빌고 싶을 뿐입니다. 두 사람에게 믿음 위에 믿음을 더하시기를 기원하고 싶습니다. 두 사람에게 사랑 위에 사랑을 더하시기를 기원하고 싶습니다. 두 사람이 어두운 우리 사회에 의의 소금을 뿌리고 사랑의 빛을 비추며 그리고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는 존귀한 삶을 살게 되기를 빌고 싶을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두 사람에게 건강과 아름다운 자녀들과 필요한 일터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양가에 즐거움이 오고 가기를 바랍니다.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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