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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직 세습” 문제의 근본적 문제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담임, 합신 겸임교수, 한복협 부회장)
최근 한국교회와 사회 안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목사직 세습” 문제는 목사직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했다고 하겠다. 한국교회는 목회자들을 높이고 존경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 초기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존경을 받을만한 진실하고 순수하고 겸손하고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경제 및 교회성장 추세에 따라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은 세속적이고 전문적이고 기업적인 특성을 나타내며 점차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회 공동체의 수장의 모습을 띄게 되었다.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은 개 교회에서는 물론 한국교회와 사회 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타칭 및 자칭 지도자들로서의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이다. 결국 목회자의 자리와 힘이 굳어지고 커지게 된 것이다.
목회자의 자리와 힘이 굳어지고 커지게 된 것이 옳은 것인가? 사도 바울은 이와 비슷한 현상이 고린도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목격하고 분개한 듯한 어조로 그들을 책망한 일이 있다. “도대체 바울은 무엇이고 아볼로는 무엇이기에, 나는 바울을 따르고 나는 아볼로를 따르고 나는 게바를 따른다고 말들을 하느냐?”라고 질책을 했다(고전3:5). 지도자 숭배를 바탕으로 하는 교회의 분쟁과 분파를 여지없이 정죄한 것이었다. 사도 바울은 일부러 경멸의 뜻을 나타내는 중성명사를 사용하여 자신과 아볼로를 지칭했다. “바울이 도대체 무슨 물건이며 아볼로는 도대체 무슨 물건이기에”라고 말한 것이었다. 바울은 일부러 사도인 자기 자신의 지위를 떨어뜨린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나 아볼로는 아무 것도 아니라(Nothing)고 선언했다. 교회의 지도자를 높이고 따르는 지도자 숭배를 여지없이 공격한 것이었다.
사실 바울은 사도요 목회자요 선교사인 자기 자신을 묘사하면서 2장에서는 자기는 “약하며 두려워 하며 심히 떨었노라”고 고백했고(2:3) 4장에서는 자기는 “천사와 사람에게 구경거리”가 되었고 “미련하고 약하고 비천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세상의 더러운 것과 만물의 찌끼 같이 되었도다” 라고 지적했다(4:9-13). 초기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모습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 있었다. 최권능 목사나 주기철 목사는 가난과 고난과 멸시와 죽임을 당하면서도 진실하고 겸손하고 충성 된 사역자들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특히 대부분의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사도 바울이 묘사한 목회자의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게 되었다. 약하기 보다는 강하고 두려워하기 보다는 당당하고 구경거리가 되기 보다는 자랑거리가 되었고 만물의 찌끼 보다는 존귀와 영광의 대상이 되었다.
목회자에 대한 이해가 변질되다 보니 “목사직 세습”과 같은 부끄러운 문제까지 대두하게 되었다. 목사직을 탐하다 보니 “목사직 세습”과 같은 이상한 발상까지 나타났다. 중세 교회가 세상의 부귀를 누릴 때 이상한 제도가 유행하게 되었다. 목사직을 탐하는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바라보며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교황에게 “임직세” “특수 임직세” “공석 임명 보류세” “대기세” “성직 매매세” 등등을 바친 일이 있었다. 결국 그와 같은 중세의 교회와 성직자들은 망하고 말았다.
목회자에 대한 바른 이해를 되 찾아야 할 때이다. 목회자는 주인이 아닌 종이다. 목회자는 섬김과 칭찬을 받는 영광의 사람이 아니라 멸시와 천대와 무시를 당하는 수치의 사람이다. 목회자는 엄하게 훈련시키는 권위자가 아니라 온유와 겸손으로 양무리를 돌보고 보살피는 아비들이다. 교회는 접근하기 힘든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 쌓인 왕국이 아니라 인생의 나그네들이 언제나 쉽게 찾아와 쉼을 얻을 수 있는 나그네들의 수용소요 피난처요 안식처이다.
목회자의 위상을 일부러 떨어뜨리고 목회자들을 존경하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우리가 겸손하고 낮아질 때 우리의 위상이 올라가며 우리가 주님을 위해 고난과 멸시를 당할 때 존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위상은 신부와 승려들 다음이라고 한다. 우리 한국 교회는 교회와 목회자들을 향한 사회적 및 교계적 비판의 소리를 되 받아 치는 대신 겸허하게 경청하고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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