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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둡고, 심약하고, 공부만 들입다 판, 은둔형인 줄 알았다. 그동안 장로님과는 짧은 대화조차도 나눈 일이 없었다. 먼발치 선 본 인상은 이번에도 틀렸다. 경북 고등학교, 서울대 법대, 사법고시 합격이라는 눈부신 타이틀 밑에서 가난과 방랑(?)으로 거칠게 삶을 헤쳐나간 경험을 바탕으로 호쾌하고 여유있고 재미난 분이셨다..
* 믿음생활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이 부모님이 천주교 신자이셔서 어려서부터 성당을 다녔지만 전혀 믿음이 없었습니다.
72년, 고등학생들에게 비전을 갖고 계시던 대구의 김치영 목사님이 계성고와 경북고의 리더급 아이들을 모아 ‘밀알 모임’이라는 성경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성경을 통한 영어 공부인줄 알고 학교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함께 공부했는데 영어 공부에 도움은 되었지만 신앙적인 발전은 전혀 없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서 서울에 올라온 후에도 김치영목사님의 지도 아래 밀알 모임 팀과 공동체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집중적으로 성경을 공부했는데 초보 신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깊이 있는 성경공부였습니다. 그러나 내게는 초보적인(?) 믿음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고등부를 섬기는데 도움이 되는지?
이 물론입니다. 믿음도 없는데 성경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고역인가를 이해합니다. 입시에 머리가 빠개지는데 성경을 들으면 의미도 없고 또 다른 짐을 얹는 것 입니다.
* 대학 생활은 어떻게 보냈습니까?
이 친구들과 술 또 술이었죠.(웃음) 학생이었지만 먹고 살기 바빴습니다. 입주 아르바이트로 숙식을 해결하고, 여의치 않으면 칫솔 하나 들고 친구 하숙집에 밀고 들어가고, 이불 보따리 들고 싼 하숙을 찾아 헤매는 동가식서가숙, 소위<주거부정> 이었습니다. 하하...
* 회심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요?
80년 대학원 졸업 후 저는 사법 시험도 안 되고 취직도 안 되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심경으로 입대하려고 했습니다. 입대까지 시간적 공간이 있어 성령의 인도로 동네 교회에 나가게 되고, 그때 하나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예배 중의 목사님의 강해식 설교와, 학습을 받기 위해 학습공부를 하면서 회심의 경험을 했습니다. 26세에 하나님의 빛을 받은 것이지요. 그 빛은 진실로 진리이며 사랑이며 생명이었습니다. 그 빛에 무신론자였고 강퍅했던 내가 뒤집어 졌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그 압도적인 사랑을 발견했고 그 사랑의 비밀은 너무나 놀랍고 포근하여 냉혈한이었던 저로 하여금 감격하면서 회개하면서 울게 만들었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가진 자의 기쁨은 매일 매일 자신을 죽여 달라는 놀라운 기도로 인도되었습니다. 나뭇잎 하나하나가 천국의 보석처럼 빛났던 그 날의 감격이 야비하고 소심한 저를 이때까지 붙들어 왔습니다.
84년 제대 후 성령을 통한 확신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가 내 신앙의 최고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80년~84년간의 감격을 그 후로 맛보지 못했습니다. 이 진리를 위해 죽어도 좋다는 심경으로 신앙을 붙들며 울며 기도했는데.. 지금은 울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웃음).
* 사법 시험에 합격한 후 사회적 신분의 변화가 왔고 생애 최고의 목표를 이루셨는데 그 후의 삶은 어떠했습니까?
이 군대 졸병 시절에는 자살을 생각할 만큼 고통과 비참함을 겼었습니다. 제대 후에는 취직 시험에도 떨어졌습니다. 직업도 없고 나이도 많았죠. 그때 하나님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버리게 해주셨습니다. 내가 가진 타이틀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처절하게 느꼈습니다. 나의 지식이나 학식은 어떤 세계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며 오직 무능한 자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움켜쥐고 있던 것을 모두 내려놓게 하셨습니다. 그 후 나의 모든 삶이 편해졌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검사로 첫발을 내디뎠는데 검사생활을 하면서 그 조직에서 크리스찬임을 감추고 생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공표를 했습니다. 사무실 책상에 성경을 두고 하루에 한, 두 장씩 읽는 습관을 들였어요. 이건 방어의 몸짓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나는 예수쟁이니까 술 먹일 생각마라 같은...
* 왜 변호사로 전환하셨는지?
이 검사로서 전도하기는 쉽습니다. 검사가 교회 다니라고 권하면(?) 다 다닙니다. 제주도에 근무할 때는 전도왕도 되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뒤 점검해 보니 한사람도 교회에 다니고 있지 않습디다. (웃음) 강력사건에서 받는 심적인 부담감, 숱한 사람과 부대끼는 어려움, 시간에 쫓기는 것 등등... 결단하고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 법무법인 <로고스> 얘기를 해 주시죠.
이 변호사가 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1. 탈세를 하지말자 2.정직하자 그러나 현실에서 실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 그런 뜻을 품고 있는 크리스찬을 알게 되고 12명이 마음을 모아 한국 최초로 <로고스> 라는 크리스찬 로펌을 만들었습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요한1:1)에서 말씀이 로고스인데 이 로고스는 또 다른 뜻으로 중보자라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중보자 즉 예수님인거죠. 현재 변호사 62명 (미국인 변호사 포함), 직원 64명, 베트남 사무실 6명입니다. <로고스> 로펌은 1. (구제와 선교에)수입의 십일조를 바치고 2. 聖市운동 HOLY CLUB의 주축멤버들이고, 또 민간인 교도소 설립에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 본격적인 선교와 복지 사업을 위해 재단을 준비 중입니다. .
* 부인 김연미 집사님(성가대)은 어떻게 만나셨는지요?
이 저와 처, 두 사람의 이모님들의 소개로 만났습니다. 담담하다 어느 순간, 이뻐 보입디다. 아내가 옛날에는 다정하고 순종적이었는데 지금은 말을 잘 안 듣습니다.(웃음) 천주교라고는 하지만 거의 유교적인 집안의 분위기에 눌리고 갈등하던 제게 믿는 집안인 처가의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는 제게 큰 위로와 힘을 주었습니다.
*Devil Advocate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변호사로서의 갈등이 전혀 없습니까? 직업에 만족하십니까?
이 (웃음) 돈을 많이 받고,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위증, 거짓 등 무슨 짓이든 한다. 성공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영혼도 판다는 영화인데, 그런 갈등은 항상 존재합니다. 다행히 <로고스>가 가치관을 같이 하는 크리스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세금, 리베이트 등, 혼자라면 힘든 문제를 다 같이 하기 때문에 정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교회로 이야기를 옮길까요? 고등부 부장님을 맡고 계신데..
이 주일학교를 중시하는 교회가 부흥하고 소홀히 하는 교회는 부흥하지 못한다는 것이 제생각입니다. 강남의 중소교회는 대형교회에 아이들이 몰려가는 이유로 학생 숫자가 줄고 있는데 강변교회는 예외적으로 숫자가 늘고 있습니다. 현재 보육원 아이들이 많이 나와 함께 예배드리고 있는데 기존의 아이들에게 너무도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장로님으로 피택 되셨는데 포부를 말씀해 주시지요.
이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은 단순히 위대한 사상을 접한다든지 훌륭한 스승을 만난다든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인생 자체가 변했습니다. 내 인생은 크리스찬이라는 것을 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름 내기 좋은 큰 사역도 많지만 작은 교회의 고등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직업을 통해 교회의 문제를 많이 알고 있으므로 피스메이커로서, 조정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강변 교회는 작은 교회이지만 깊은 인내심을 갖춘 한분 한분이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시(poem)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거듭 인터뷰를 사양하고 거절하신 분으로부터 억지로 많은 말을 이끌어냈다. 의외로 달변이 아니었고 소탈하고 유머러스했다. 피택시 헌신의 글에서 밝히신 것처럼 ‘ 이 세상을 역류하는 거룩한 모험자’로 끝까지 승리하시는 장로님이 되기를 기도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