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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변교회에 처음 온 것은 재작년 가을 한국인 입양아였던 김명수 선교사가 루마니아 선교보고를 할 때 통역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나도 루마니아에서 선교사역을 하다가 한국에 온지 한두달밖에 안되던 때였다. 청담동 삼익아파트 상가에 있는 교회를 방문하며 참 교회 분위기가 따뜻하고 교인들이 친절하다고 느꼈었다.
그리고 김명수 선교사가 몇 교인의 집에 한달간 묵게 되어 그 host familys와는 개인적으로 교제를 할 기회도 갖게 되었다. 또한 청년2부에서 나 자신의 선교보고도 할 기회를 얻게되어 청년들도 조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20여년간 다닌, 나의 home chruch는 아니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좋은 이미지의 교회로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이곳에 반주자로 와서 섬기게 될 줄은 그 당시 생각도 못했었다.
그래서 지난 겨울 김종군 목사님의 전화를 받고는 하나님께 기도도 해보기 전에 마음이 기뻤고 그 후 채희병 장로님의 전화를 받고 이렇게 이곳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하나님께 감사했다.
사실 루마니아에 있었던 지난 4년간, 피아노도 구경하기 어려운 곳에 있으면서, 한국에서 성가대에서 아름다운 찬양곡들을 연습하여 발표하고 또 예배 반주도 하곤 했던, 그 당시에는 별로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참 그립고, 다시 하고 싶었었다.
그곳 루마니아에서는 현지인 교회를 다니며, 그곳에 간지 약 반년이 지나고부터 그 교회에서 반주를 하게 되었다.
거기에는 작은 전자 피아노가 하나 있었는데, 아무도 칠 사람이 없어 그냥 창고에 넣어두고 있었다. 그리고 구식 재즈 오르간을 한 남자 집사님이 기본코드만 겨우 반복하여 치며 예배 반주를 하는 수준이였다.
그런데 루마니아로 가서 첫 생일을 맞은 어느 12월, 그날따라 피아노가 참 치고 싶다는 마음과, 참 쓸쓸한 생일을 맞이한다는 마음으로 교회에 갔다.
사실 그 당시 체코에서 선교사 훈련을 받고 루마니아로 온 후 그때까지 피아노를 쳐 보기는 커녕, 구경도 거의 못해본 상태였었다. 힘들고 어려울땐 피아노라도 치고 있으면 위안이 될텐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진 아주 작은 사이즈의 카시오 키보드 뿐이었다.
그런데 교회에 갔는데 full size는 아니지만 피아노랑 똑같은 건반의 전자 피아노가 놓여있는 것이다. 정말 너무 기뻤다.
어느날 그 교회목사님께서 오시더니 나에게 피아노를 칠 수 있냐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했지만 한곳에 정착하여 선교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여서 반주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는데 그로부터 몇달이 지난 그 12월에 그 좁은 교회에 자리를 마련하여 그 전자 피아노를 놓아 두셨던 것이다. 그래서 그날 오래간만에 피아노(무늬만)건반을 눌러보며,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생일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참 행복해 했었다.
그날 이후 그 교회에서 반주를 하며 참 재미있고 보람있게 지냈다. 처음엔 예배순서도 못 알아듣고 찬송가를 몇장을 부르는지도 알아듣지 못해 항상 옆에서 도와주어야 했다. 게다가 루마니아 찬송가는 악보는 없고 가사만 적혀 있어 처음에 옆에서 한두 소절쯤 그 멜로디를 불러주면 무슨 곡인지 감을 잡아 반주해야 했다. 한국에서 불렀던 찬송가면 악보가 없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데, 루마니아 특유의 찬송가면 옆사람이 불러주었던 그 처음 두 소절정도만 대충 치고 나머지는 그들이 부르는 찬양소리를 들어가며 정말 감각으로 쳐야했다. 악보도 없이 모르는 곡을 무작정 반주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러다가 그것도 자꾸 하니까 많이 익숙해지고 재미있었다.
청년들과 찬양연습을 할 때는, 리더가 앞에 나와 가사를 불러주면, 각자 노래를 적는 노트에(다들 시를 적는 노트와 노래가사를 적는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 불러주는 가사를 적었다. 그리고 리더가 한두 소절씩 부르면 그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그 곡을 익혔다. 가난한 그들에게는 복사비가 부담이 되므로 그렇게 손으로 적는 것이다. 그리고 그 리더도 귀로 익혀 가르쳐주기 때문에 악보도 없었다.
때문에 나 역시 그냥 리더가 불러주는대로 반주를 해야 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주일 오후예배에 다른 교회에서 가끔씩 손님이 와서 즉흥적으로 예배시간에 나와 특송을 하는데 그러면 나는 한 반절정도 노래를 듣다가 무슨 박자의 어떤 key의 노래인지 감을 잡아 쳤다. 내가 안치고 가만있으면 몇 명의 앞에 앉아있던 교인들이 나에게 눈짓을 하며 왜 반주를 안하냐고 무언의 순진한(?)압력을 넣어 어쨌거나 반주는 해야했다.
(그래서 그 나라언어가 많이 익숙해지고 그들의 노래도 많이 배운 3,4연차에 그들에게 악보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항상 팀과 함께 일하다보니 다른 전도 프로그램에 밀려 그 작업을 하지 못하고 와서 안타깝다. 하지만 내가 온지 이제 거의 2년이 지났는데 그곳도 많이 발전해서 MIDI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악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와서 가끔씩 그때를 떠올린다. 참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열악한 와중에서도 음악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그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뜨거워진다. 이제 내 앞에는 그 6옥타브밖에 안되는 전자 피아노가 아니라, 건반이 3단이나 되는 내겐 과분하기까지한 훌륭한 전자오르간이 있다(발로치는 페달 건반까지 친다면 4단이라고나 할까? ^^)
그리고 지금 내게는 한 달에 한두번 겨우 섰던, 그리고 반주자가 없어 지휘자가 첫음만 치고, 무반주로 하다가 내가 온 이래, 한번도 맞추어 보지 않았는데, 예배시간에 악보만 주고 반주하게 했던 그런 성가대가 아닌, 역시 내게는 과분하신 훌륭하신 지휘자 선생님과, 항상 센스 있게 나를 도와주는 피아노 반주자, 그리고 역시 내게는 과분한, 훌륭한 성가대원님들이 계시다.
그때는 나의 도움이 꼭 필요했던 그들을 도와줄 수 있어서 행복했고, 지금은 이런 좋은 자리에 나를 끼워 주셔서 또한 기쁘고 감사하다. 그리고 루마니아를 사랑하시고 루마니아도 몇 번 다녀오셨던 김명혁 목사님이 계신 교회인 것도 나의 감사제목중 하나이다.
신학을 하며 앞으로 선교사를 꿈꾸는 내게 하나님께서는 내 생애에 또 하나의 이런 과분하고 찬란한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며 나의 이 경험이 앞으로의 하나님을 섬기는 삶에 귀하게 쓰여지기를 기도 드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