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척교회에서 온 소식 성경하 목사
사지원교회
“죽어도 죽지 말자,
오래 살아서 이 자리를 지키자”
이 곳 충북 단양은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입니다. 산세는 기가 죽어 평소에 우울하고 지루한 감이 있지만 가을 풍경만큼은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그러나 이제 단풍마저 다 지고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섰습니다. 겨울에는 눈이 오면 다니기 힘들고 도로가 막혀 고립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눈이 온 풍경이 아름다워 위로받습니다. 농촌의 목회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맑은 공기와 새소리, 그리고 설경은 잠시 애환을 잊으며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도하게 됩니다.
교인들은 다 건강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져가는 주름과 더 굽어지는 교인들이지만, 아직은 세상을 뜨는 사람이 없으니 감사합니다. 그러나 조마조마합니다. 한 자리라도 빌까봐 걱정하는 농촌 목회자 마음입니다. 우스갯말로 저희 교회 표어는“죽어도 죽지말자, 오래 살아서 이 자리 지키자”입니다. 전도대상자도 별로 없는 시골이니 아프지 말고 오래 살아서 교회자리를 지키자고 하면 교인들은 웃으며 “아멘”합니다.
인생의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와서 이들이 다 떠나면 나 혼자 어떻게 교회를 지키나? 라는 생각을 종종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 마다 간절히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건강을 주시고 오래 오래 찬송을 받으시고 예배의 영광을 받으시라고 간구합니다.
언젠가 제가 섬에서 목회할 때 서해안의 낙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늘어진 소나무 가지너머로 붉게 물들며 지는 해를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아름답지만 우울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곳 사지원교회를 지키는 제가 꼭 그런 마음입니다. 황혼의 분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하자니 항상 황혼의 낙조를 바라보는 마음이 됩니다.
지금 편지를 쓰는 이 시간은 교인들이 교회에 와서 김장을 하고 있습니다. 억센 시골 사투리로 시끌시끌 모여서 절인 배추로 김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알맞게 저린 배추 속 위에 갓 수확한 고추로 곱게 갈아 버무린 신선한 속을 올려 저에게 권합니다. 본인들도 노란 배추 속 말이를 맛있게 드십니다. 몇 개 안남은 앞니로 오물오물 김장김치를 먹는 입가에서 하얀 김이 나옵니다. 그렇게 수고하며 웃고 떠드는 사이에 벌써 김장독에 맛있는 시골 김장이 채워져 갑니다. 목사는 모두 모아서 감사기도를 합니다.
저는 우리교인들을 사랑합니다. 시골에서 태어나 평생 몇 안되는 농사로 고생하셔서 나이보다 더 늙은 분들, 나이 보다 더 아픈 분들을 사랑합니다. 차가운 세월에 마음을 다치고 고된 농사일에 관절염만 남은 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저의 사역입니다. 황혼의 나이를 사는 이들에게 천국소망을 주고 사랑으로 잘 보살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도와주시는 사랑과 후원에 힘입어 열심히 농촌사역에 임하겠습니다. 새해에도 저희교회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계속 후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감사한 마음으로 강변교회와 목사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