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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영3년전 제 방에 30대 중반의 P양이 상담을 받으러 왔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표정이나 말수가 거의없는 P양은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상담과 치유에 대한 책들을 많이 보면서 힘들게 살아온 가족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후 8개월간 P양이 나누고 싶었던 가족이야기, 신앙생활, 결혼과 진로문제들을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워낙 무뚝뚝하고 자기표현에 서툰 P양과 털어놓아 본 적이 없는 감정과 경험들을 차츰차츰 나누면서, P양이 오랜 세월 가족으로부터 지어온 무거운 짐과 상처들을 건강하게 극복하고, 밝고 활기있는 모습과 생활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상담은 인생의 굴곡과 한계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스스로가 발견하고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empowerment)입니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살아가는 힘은 자기(self)로부터, 다른 사람으로부터(other),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 이렇게 세군데서 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힘을 찾아주는 세속적인(?) 사도로서, P양이 이 세가지의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나갔습니다. 30대중반에 서서 직업도, 능력도, 든든한 가족도 뭐라 내세울 것 하나없이 어둡고 불안하게만 느껴지던 P양에게,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것에 대한 많은 위로와 격려를 주고, 자신과 현실에 대해 새롭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P양과의 만남은 상담자의 삼계명(?)을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상담자의 삼계명은 상대방에 대한 변함없는 존중의 마음, 공감의 대화, 진실의 태도입니다. 존중의 마음이란 상대방을 조건을 달지 않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수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감의 대화는 상담자 자신의 사고틀에서 벗어나 상대방편에 서서 그 사람의 생각이나 입장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는 마음의 대화를 의미하며, 진실의 태도는 가식이나 허식없이 진지하고 열심을 다해 상대방을 만나는 자세를 말합니다. P양을 상담하는 동안, 초라하고 위축된 모습으로 찾아온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고, 외모, 학력, 능력 등의 잘나고 못난 배경이나 조건과 상관없이 귀한 사람, 좋은 사람으로 존중하고 믿어주며,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에 대해 편견없이 귀기울여줌으로써, P양에게 못나게만 느껴지던 자신, 불행하게만 생각되던 현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상담자로서 이 삼계명을 열심히, 진정으로 지켜나갈 수 있다면 최고의 상담자가 되리라 생각해봅니다. 지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불안할 때, 웬지 사는 게 허탈할 때 등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도 반갑게 맞아 주는 상담자, 내 생각이나 호소에 성급한 비교나 비판을 하지 않는 상담자, 가족이나 그 누구보다도 귀한 존재로 나를 보는 상담자, 세상에서는 알아주지 않는 나의 능력과 좋은 점들을 알아 주는 상담자…
하나님은 그 어떤 상담자보다도 상담자의 삼계명을 가지고 우리가 힘들어할 때 함께 하시는 최고의 상담자이십니다. 부족하고 실수하고 또 실수하는 우리들을 무조건적으로 존중해주시며, 내 편에서 서서 내 심정을 알아주시고, 또한 가장 진실되게 만나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속의 상담자가 주기에는 벅찬 인생의 많은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필요한 막강한 지혜와 헤쳐나가는 힘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상담이란 일을 통해 인생의 문제앞에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을 대하면서, 어떤 사람이던, 어떤 문제이건 간에 세가지의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스스로 일어나야 하는 부분들, 가족이나 주변의 친구, 동료들로부터 찾고 얻는 부분들, 그리고 하나님으로 부터 받아야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3년전 P양이 이 세가지의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으며, P양과 함께 알아낸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하나님의 자녀, 하나님의 가족이 되어 항상 하나님의 보호와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가장 확실하게 살아가는 힘을 찾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3년이 지난 요즘 복잡한 가족관계나 힘든 여건은 여전해도, 보다 성숙하게 바라보고 인내할 줄 알며, 하나님께서 주신 P양만의 좋은 품성들과 주변의 좋은 친구들을 발견하는 가운데, 신앙과 결혼, 진로가 삼위일체되는 비젼을 가지고 살아가는 P양의 모습은 늘 잔잔한 기쁨을 줍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교수
이화여대, 서울여대 강사
* 이숙영씨는 안내부원으로 교회 정문쪽 예배 안내를 맡아 봉사하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