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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예전에 ‘아버지’는 저에게 그리 익숙치 못했던 말이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막 늦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던 어느 날,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가운데, 그 누구도 준비되지 못한 가운데 아버지는 갑작스레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입에서 아버지라는 말은 조금씩 익숙치 못한, 아니 어색한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느낌과 영향은 신앙생활에 까지 스며들었습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나에게는 점점 더 희미해질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기를 지나고 청년이 될 때까지 아버지로서의 하나님은 저에게 풀 수 없는 숙제처럼 주어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답답함을 짊어진 채 청소년과 청년 대학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은 사회를 향한 부정과 비판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가운데 오랫동안 떠나 있던 교회의 청년들과 농촌 전도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그곳에서 언제나 술에 만취해 있던 한 아저씨의 회심으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깨닫게 하셨습니다. 나의 모든 삶에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으며, 아버지의 역할까지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교만했던 나는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한없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삶을 철저히 보호하시며, 인도하시고, 아버지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시던 하나님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입니다. 연소(年少)하지만 이제까지 지내온 지난 삶을 되돌아보니 하나님은 항상 그림자와 같이 함께 하셨을 뿐만 아니라 가장 합당한 사람들을 허락하셔서 어려움과 위기들을 잘 넘길 수 있도록 돕고 계셨습니다. 자칫 정서의 빈곤으로 삭막해 질 수도 있었던 성장 과정 속에서 많은 아버지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친구처럼 함께 하는 아버지와 같은 초등학교 시절의 선생님,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와 같은 친구의 아버지,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엄히 꾸짖으시는 아버지와 같은 고등학교 시절의 선생님, 아들의 장래를 위해 남몰래 눈물로 기도하시며 오래 참고 기다려 주시는 아버지의 눈물을 간직하신 청년시절의 목사님. 나에게는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하나님 아버지가 허락하신 많은 아버지의 모습들이었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그려주시는 아버지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내 안에 거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만나주시는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이를 통해 어떠한 상황 가운데서도 말할 수 없는 안정감과 평안함을 누리게 하셨습니다.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모든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나의 아버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 나의 아버지…… 그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로 부를 뿐만 아니라 그 은혜 가운데 살아갈 수 있다는 그 놀라운 비밀이 얼마나 감사하고 감격스러운지요.
“나보다 나를 잘 아시는 아버지. 내 모습 이대로 사랑하시네. 날 바라보시며 기뻐하시네. 그 사랑의 팔로 날 안아주시네. …(이하 생략)… ”
강명식 『삶』 “아버지의 노래” 中
모든 아버지들이 아름다운 아버지의 모습을 키워가는 지구촌 교회에서 청년부 사역을 한지도 2년째가 되어갑니다. 이곳에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목회자로 훈련받고, 준비되는 저에게 청년 사역이란 아버지께서 주신 참 소중한 부르심이며, 사명입니다. 더불어 또 하나의 중요한 부르심이자 사명이 저에게는 있습니다. 그건 바로 아름다운 아버지가 되는 것입니다. 좋은 아버지 말입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형상을 닮은 아버지…… 하나님의 모습을 비출 수 있는 좋은 아버지…… 좋은 목회자, 영적인 아버지가 되는 것과 더불어 한 가정의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 이것은 하나님 아버지가 주신 가장 소중한 소명이자, 저의 소박한 사명임을 고백합니다.
연약하고 부족한 저를 자녀 삼아주셨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잊고 살며, 아버지의 모습과 사랑을 빼앗겨버린 이 시대의 많은 청년들의 영적인 아버지와 또한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불러주신 하나님 아버지, 그분께 감사와 찬송을 올려드립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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