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합동신학대학원)
얼마전 카나다의 뱅쿠버 지역을 방문한 일이 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나는 뱅쿠버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깨끗하고 웅장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몸과 마음이 사로잡히는 즐거움을 맛보곤 한다. 그 곳에서 또 한가지 발견하는 것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뱅쿠버 지역에 살고 있는 한인들 몇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그곳 사람들이 너무나 여유 있게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삶이 너무나 좋다는 것이었다. 한국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앞서려는 경쟁의식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도 억압된 상태에서 경쟁하면서 공부하지 않고 자기의 개성을 살리면서 자율적으로 재미있게 공부한다는 것이다. 그 곳의 어떤 할머니는 자기 집 주변의 개발을 위해서 집 앞에 있는 나무를 자르려고 하자 나무를 자르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그 나무에 깃들이고 있는 새들이 어디로 가겠느냐는 단순한 한가지 이유였다는 것이었다. 그 곳에 사는 한인 한 사람은 자기도 그 곳에 와서 자연 안에서 즐겁고 여유 있게 사는 삶을 배우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너무나 각박하게 살고 있다. 너무나 바쁘게 살고 있다. 여유가 조금도 없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좀 여유 있게 그리고 자유롭게 살 수가 있을까? 자유롭고 여유 있게 사는 비결은 무엇인가?
첫째, 탐욕을 버린 소박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더 많이 소유하려는 탐욕 때문에 사람은 항상 불만과 갈등에 사로잡히곤 한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수입을 추구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경쟁의 대열에 끼여들게 되어 조금도 앉아서 쉴 수가 없게 된다. 결국 지쳐서 쓰러지게까지 된다. 탐욕을 버리고 경쟁을 초월할 수 있는가?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배고픔이나 궁핍에 처해도 자족할" (빌4:11-12) 수가 있는가? 즉 탐욕을 버린 소박한 삶을 살 수가 있는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 즉 족한 줄로 알"(딤전6:8) 수 있는가? 그렇다면 보다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둘째, 내일에 대한 염려를 모두 맡겨 버릴 수 있다면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사람은 내일에 대한 염려 때문에 항상 불안과 좌절 가운데서 산다. 건강이 약해질 때, 사업이 잘 되지 않을 때, 진급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공부성적이 떨어질 때, 내일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게 되며 심지어는 우울증에 사로잡히게도 된다. 길을 걸어가는 것도 불안해 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불안해 하게 된다. 모든 염려를 하나님의 손에 맡겨 버릴(벧전5:7) 수가 있는가? 나의 모든 삶이 하나님의 선하신 손 안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 분의 손에 모든 것을 맡겨버릴 수가 있는가?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일은 결국 나에게 유익한 것이 되고 만다는 믿음을 가질 (롬8:28) 수 있는가? 그것은 고난과 실패와 아픔과 기쁨의 삶의 현장에서 훈련을 통해 터득할 수 있는 비결인데, 그 비결을 터득할 때, 우리는 보다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된다. 하나님의 품 안에 그리고 자연의 품 안에 안겨서 살 때 우리는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된다.
셋째, 약함을 모두 드러내는 진솔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사람은 자기의 약함과 부족함을 언제나 숨기며 가리우려고 한다. 유교적 전통에 젖어 있는 우리들은 더욱 그렇다. 그것이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으나 속으로는 부자유하고 부담스러운 것이 된다. 그것이 심하면 위선자가 될 수도 있고 고통의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바울 처럼 자기의 약함을 모두 드러내 놓고 자랑할 (고후12:10) 수 가 있는가? 어거스틴 처럼 자기의 부끄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모두 드러내 놓고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참회할 수가 있는가? 그렇다면 보다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약함을 드러내는 진솔한 삶이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이다.
우리는 지금 너무 각박하게 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보다 자유롭고 여유 있게 사는 삶의 비결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하자. 그것은 결국 나 자신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님의 품에 안겨서 사는 삶이라고 생각해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