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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원고 부탁을 받고 희미해진 기억을 줏어 모아 몇 자 적어 본다.
10월 3일 개천절 공휴일을 맞아 우리 강변 교회에서는 경기도 가평의 ‘유명산’ 등산을 간다고 하기에 우리 부부는 그 다음날 중국 곤명시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 출국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일정이지만 김명혁 목사님을 비롯한 전 강변 가족이 함께 가는 등산에 기대와 설레임 속에 참가하기로 하였다.
새벽 어둠이 채 가시기 전인 아침 6시 30분에 교회에 모여 교회 버스에 오른 우리 일행은 미리 출발한 다른 한 대의 버스와 봉은 초등학교에서 합류하여 김명혁 목사님의 출발 기도를 받고 유명산을 향하여 출발한 시각은 7시 20분경. 팔당 부근의 한강을 건너고 그리고 한강을 따라 주위에 펼쳐진 초가을의 산과 들을 바라보면서 달리기를 두어 시간만에 유명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였다. 어린 자녀를 데려온 가족도 있으나 대부분 부부로 등산에 함께 참여한 것 같았으며 얼굴에는 행복과 즐거움이 넘치고 있음을 나는 훔쳐 볼 수 있었다.
유명산에는 산책로와 등산로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어린이들과 몸이 불편한 교우들은 산책로를 택하고 우리 부부는 목사님을 비롯한 대다수의 교인이 함께 하는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나는 10여년 전에 고등학교 동기생들과 와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기억할 줄로 알았는데 정작 와서 보니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나무도 많이 자라서 무성해졌고 길도 좁고 울퉁불퉁하던 옛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라고 노래한 옛 시인의 노래가 언제나 진리일 수 없음을 지금에야 알겠다.
왜 ‘유명’이란 이름이 붙은 유명산인지는 모르지만 1시간 30분 가량 걸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평평한 곳이나 내리막이 한 군데도 없는 돌이 많은 오르막길 뿐이라서 땀도 많이 흘렸고 매우 힘들었으나 ‘쉽게 이룬 것은 쉽게 가버린다’는 옛말을 기억하면 힘들고 어렵게 얻은 것이나 경험한 것이 오래 기억될 뿐만 아니라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임을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산마루와 탁 트인 사방을 보니 그렇게 힘들었던 생각은 간 데 없고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에게 주신 주 하나님께 머리숙여 감사할 뿐이다. 정상 부근의 평평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노래도 부르고 ‘강변 동산’의 머리 글자를 갖고 4행시도 지었고, 또 감사 예배를 드렸다. 김목사님께서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산을 자녀들인 우리가 영원히 아름답게 가꾸고 보존하여야 함을 말씀하셨다. 나는 하나님이 태초에 말씀으로 창조하실 때에 이미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나라의 강산이 창조 역사에 포함되어 있었음에 놀라움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10여 년 전에 예루살렘을 방문하였을 때 그곳의 사막을 보았고, 3년 전에 중국의 만리장성의 서쪽 끝에서 돈황까지 가기 위하여 고비 사막을 통과하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살아 있는 나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벌판 그대로임을 보았다. 그런데 여러 모양의 바위 산과 각종 나무가 이렇게 아름답게 펼쳐진 우리 나라는 주 하나님이 특별히 선택하신 땅임을 어느 누가 의심하리요!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의 길이 아닌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게 되었다. 뾰족뾰족한 돌길이라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힘든 것 같았다. 그러나 한 사람도 낙오자 없이 출발 지점까지 무사히 내려왔다. 그때가 오후 2시가 약간 넘었다. 비빔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서둘러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 교통이 엄청나게 막히는 데도 우리 버스 기사님은 불평 하나 없이 우리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교회까지 데려다 주었다. 아마도 믿음이 매우 깊은 교우인 듯 싶었다.
하루 동안이지만 이번 등산을 통하여 우리 부부는 귀중한 것을 느끼고 얻었다고 생각한다. 주 하나님의 숨은 뜻과 또 등산을 통하여 우리 강변 교회 교우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으며 교회 안에서 한 형제 자매됨을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강변교회 목사님과 교우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이만 줄이고 싶다.
200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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