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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문화부에서 외국인 노동자교회를 탐방했다. 지난 3일에는 그 곳에서 있은 신학교 입학식 예배에서 김명혁 목사님이 말씀을 전하시기도 하였던 곳이다. 이선희 전도사님이 몇 번 우리 교회를 방문하였을 때 여러 가지 소식을 들었고 이임주집사님의 기사를 실은 적이 있지만, 이번에 방문한 이유는 그 곳에서 생활하시는 중국동포들과 중국인들의 모습을 실어보고자 방문하였다.
이임주 집사님이 팩스로 보내준 지도를 들고 전철을 타고 처음 가보는 가리봉역에서 다시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갔다. 붉은 글씨로 쓰여진 漢城中國人之家간판을 보고 그 곳이 사무실인줄 알고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에 복음 전도지와 예수님에 관한 내용을 중국말로 쓴 소책자가 꽂혀있었다. 이층에 올라가니 탁자가 10여 개 남짓 있었고, 식사중인 분들이 몇몇 있었다. 안쪽의 부엌을 들여다보니 사진에서처럼 밥솥 2개와 큰 솥 2개가 아궁이에 얹혀있었고, 2자짜리 싱크대가 있었다. 그 좁은 주방에서 평일에는 100여명, 주일에는 300여명의 식사가 만들어진다니 그 어렵고 불편함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한 끼 식사를 위해 밥을 몇 번씩 짓는다고 했다. 그 날 반찬은 콩나물무침, 김치, 김치국, 어느 후원자가 보내준 생선을 말려서 만든 생선튀김이었다. 하나님께서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보내주신다고 했다. 안으로 더 들어가니 숙소가 있었다. 쑥스러워 들어가기가 머뭇거려졌지만, 강변교회에서 왔다고 하니까 “아! 강변교회”하면서 반갑게 맞아주셔서 들어갈 수 있었다. 사무실은 길 건너편에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지만 내친 김에 들어가 앉았다.
방 한 켠에는 앉아있는 머리 위로 선반이 두 개 달렸는데, 종이 한 장도 들어갈 틈이 없도록 가방과 보퉁이 짐이 빼곡이 올려져 있었다. 그 방은 6-7평 정도의 크기로 예닐곱 분이 앉아 계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나가고 밤에 들어오는데 40명 정도가 꼼짝못하고 붙어 잔다고 했다.
그 곳에서 만난 김영숙씨는 장춘에서 오셨는데 가족(남편과 2자녀)이 함께 나와서 이제는 거처도 마련하여 밖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붉은 스웨터를 입고 금테 안경을 끼고 계신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그 분은 중국에서부터 예수님을 믿었는데, 첫 취업을 가정집에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열심히 일을 하다가 몸이 좋지 않자 딱해 보였던지 주인이 몸이 우선 아니냐 면서 쉬었다 다시 오라고 했다. 그래서 교회에서 간절히 기도하다가, 몸이 뜨거워지는 체험을 하면서 병이 나았고 지금은 그때 기도한대로, 힘들지 않으면서 보수도 괜찮은 산후조리원의 간호보조로 일하고 있다며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했다.
길림에서 오신 전금자씨는 공장에서 일했는데 숙식사정이 열악하여 많은 사람이 들락날락 하는 곳이라 모은 돈을 다 도난 당했고, 지금은 몸도 좋지 않아 쉬면서 파출부 일을 기다리고 있단다.
또 한 분 길림에서 오신 할머니는 중국에서 막내아들이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으며 할아버지는 장로라고 했다. 중국의 교회는 모여서 예배드리고 찬송하는 집회는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외국에서 목사님이나 선교사님들이 와서 집회하면 감시가 심하다고 했다.
젊은 중국 여자 분도 만났는데 현재 일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심한 피부질환에 걸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 취업한 머리핀 공장에서 화공약품, 도금 등을 취급하면서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남자 분들의 숙소는 다른 충에 있었는데 들어가지는 못하고 방문 앞에서 들여다만 보고 왔다. 그 방도 여자 분들의 방과 사정이 비슷하지만 짐은 조금 적었다. 한국에서 하는 일은 주로 막노동을 한다고 했다.
얘기를 마치고 길 건너편에 있는 사무실에서 이선희 전도사님을 만났다. 외중신학대학이 개강했다고 했다. 외중신학대학은 작년부터 개교했으며 올해 입학생이 150명 정도이며, 조선족, 한족,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반 등 3개 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동남아에서 이슬람교의 교세가 확장되는 추세 속에 이 분들을 복음 전도의 첨병으로 양육하여 하나님 나라 확장에 쓰고자 한단다. 신학교 말고도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하여 양주, 하남, 광주, 안산, 화성, 울산 등 6곳에 상담소를 개설하려고 하는데 재정의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있는 분들을 위해 작년부터 어린이집을 준비했으나 장소부족으로 또 미뤄야했다.
“어제 주일에 500여명이 예배를 드렸어요. 100여명은 복도에서 서 있었구요.” 턱없이 모자라는 장소와 그에 따르는 재정 확보가 큰 문제였다.
또한 이 많은 인원을 도와줄 자원봉사자와, 신학생들을 도와줄 자원봉사자들도 당장 필요한 모양이었다.
“오늘 당장 한족(신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사람이 없는데 두 분이 하시죠. 주일에도 자원 봉사자들이 필요한데 각자 교회를 섬기기 때문에 비 신앙인들을 거절 못해요”라고 했다.
순간 당황되고 복음전파를 위해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거절하는 게 미안했다.
하지만, 다행히 올해에는 신학교 교수님들이 많이 도와주신다고 한다. 컴퓨터도 필요했는데, 바로 지난 토요일 근처에 있는 은일정보산업고에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면서 50대를 기증해 주셨다. 하나님께서 필요를 아시고 때마다 주신다면서 맑은 두 눈이 반짝였다.
“중국에서 당적을 가진 당원이었던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을 알아가고 영접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져요.” 하면서 잔잔한 목소리에서는 동남아 선교에 대한 열정이 품어져 나왔다.
그 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사례비 1000만원, 임대료를 다 내지 못한 잔금에 대한 이자 450만원, 월세 100만원을 매달 지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터인데, 화장기 없는 얼굴은 군대 간 아들이 있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곱고 편안해 보였다.
얘기 중에도 쉴새없이 울리는 전화벨소리. 한 순간의 쉴 틈이 없는 사무실의 모습에서 이 전도사님이 과로(퇴근 시간은 새벽 2시)로 병원에 몇 번이나 가신 것이 짐작이 갔다.
그때 외국인 근로자 한 분이 들어왔다. 제임스 리 목사님께서 여기 있으려면 한번이라도 예배 참석을 해야 식사와 숙소가 제공된다고 하셨다. 선교의 현장이라는 실감이 났다. 미국에서 사역하시던 일을 다 그만 두시고 선교의 황금어장에 뛰어드신 제임스 리 목사님이 우리를 배웅해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냥 집에서 먹던 과일이든 뭐든지 가지고 오셔서 숙소에 계신 분들 얘기 들어주고, 기도하고 말씀나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어떤 사정으로 왔든 동족으로서 믿음의 한 형제로서 함께 나누지 못했던 것에 대해 반성을 하고 해야할 일이 많은 것에 대해 도전을 받으며 돌아왔다.
이 전도사님의 제의를 거절한 것이 마음에 남아, 우리가 한글을 못 가르치는 이유는 표준말씨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핑계로 위안(?)을 하면서도, 제임스 리 목사님의 말씀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4월1일, 두 번째 방문을 했다. 건너편 사무실과 숙소를 오가며 잔일부터 큰일까지 맡아하시는 조용철씨를 만났는데 신학을 공부하고 있단다. 신학생들은 신학 공부를 위해 일을 못하게 되어 적게는 70만원에서 많게는 250만원 정도를 포기한다고 한다. 조용철씨는 회사와 식당에서 일하면서 모은 돈을 어떤 한국 여자에게 사기를 당해서 몽땅 잃어버렸다. 식당에서 일하면서 제대로 주일을 지키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 이제는 자신을 어려서부터 죽을 목숨을 몇 번이나 살려주신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신학을 시작했다. 한국에 같이 온 형님도 어렵게 살고 있어, 이 곳에 와보니 마음도 편하고 좋단다. 말끝마다 “하나님의 은혜지요.”하면서 “그때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면 그 여자 생각에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겠어요. 그 여자에 대해 아무 마음 없이 편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는 게 다 하나님의 은혜지요.”
한 달 전보다 방이 반 평정도 더 넓어 보여서 물어봤더니 손수 개조했단다. 부엌 옆의 방도 새로 만들었는데 밤에 주무시는 분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신학생들을 위해 마련했다.
옥상에도 방을 만들었는데 그곳은 바람이나 겨우 막을 정도의 방으로 바닥에 비닐 장판을 깔아 놓은 곳이다. 날이 더워지면 어쩌나 싶다. 추우면 붙어 자기라도 하면 되는데 말이다. 거기는 중국사람들이 기거하는 방으로 조선족과 한족의 문화차이 때문에 서로 편하기 위해 방을 따로 쓴단다. 같은 나라에 살았던 사람들도 불편함이 있다면 생소한 우리나라에서의 문화충돌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 문화 차이로 인하여 같이 사역하시던 분들과 결별하는 아픔이 있었다는 이전도사님의 말이 생각났다. 조용철씨는 이런저런 일로 힘들어하시는 김해성목사님과 이전도사님의 수고를 강조 또 강조했다. 한달 전 주일날에 2번 예배를 드린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새벽 6시 30분부터 3번 드린다고 했다. 언어 문제 때문에 한족, 조선족이 따로 예배를 드리는데 그 수를 합치면 한번에 300여명라니 주일 하루에 이 곳을 거쳐가는 사람들을 감당해 낸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숙소에 계신 분들은 자신들을 위해 법적문제, 인권문제, 더 나아가 영적인 부분까지 수고하시는 김목사님, 이전도사님을 무척 고마워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나눠 먹으려고 떡을 가져갔는데, 목사님께 보여드리고 모두가 같이 나눠먹어야 한다고 짐을 풀지 않았다. 우리들이 서운해 하는걸 보고 얼른 자판기 커피를 뽑아주시니 괜히 동전이라도 쓰게 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사랑방에 모여 앉은 아낙네들처럼 이런 저런 얘기하며, 하나에 10원하는 일감도 같이 손질하고, 점점 숙달되는 재미에 다음에 이런 일이 있으면 불러달라고 하면서 사진도 찍고, 사진이 나오면 다음에 나눠드린다고 약속하고 돌아왔다. 다음 번에 갈 때는 조금만 가지고 가서 담소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정말 고마운 분을 빠뜨릴 뻔했다. 청담동 삼익상가에서 「속내의」가게 하시는 분이 런닝셔츠랑 팬티들을 주셨다. 김석중집사님이 연결해 주신 덕분이었다. 두 분께 감사드리며 외국인 노동자 교회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외국인 노동자 교회를 몇 번 방문하시고 필요한 도움을 몇 가지로 요약하신 분의 글을 인용한다.
1. 밀려오는 초신자들을 효과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시스템 및 일군
2. 외국인 노동자들의 침해된 인권을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
3.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사역하는 사역자들에 대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결국 한국의 민간외교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되어, 교회 청년부에서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참고: 외국인 노동자 교회 인터넷 사이트
( http://www.migrantworrs.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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