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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19일(월) 오후 6시.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아! 이제 정말 가는구나”라고 생각하니 그 동안 DTS (Discipleship Training School, 예수제자) 훈련을 가기 위해 겪었던 어려운 일들이 아련히 또 올랐다. 부모님과 처갓집에서의 걱정과 반대, 목사님의 반대, 그러나 주위 형제, 자매님들의 격려와 부러움을 한 몸으로 받으며 오직 한가지 소망-이렇게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더욱 더 알아야만 한다-을 가지고 기도하며 추진해 왔으나 우리 가족의 발걸음은 Visa라는 암초에 걸렸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두 번이나 Visa가 거부 될 때에는 앞이 캄캄했다. 분명히 DTS를 가야한다는 하나님이 뜻을 확실히 믿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마지막으로 믿음의 최선의 준비를 다해 Visa를 다시 신청하고 기도원에 가서 3일 동안 금식기도하며 이런 응답을 받았다.
시편 34편 1절과 10절 “내가 여호와를 항상 송축함이여, 여호와를 찾는 자는 모든 좋은 것에 부족함이 없으리로라.”
우리 가족이 DTS를 가도 여호와를 송축하며 가장 좋은 것이라고 믿고 설혹 DTS를 가지 못한다고 해도 여호와를 송축하며 가지 못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이라고 믿으니 마음이 너무 평안하고 기뻤다. 기도원에서 내려오는 날 Visa가 다시 거부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주일 후 여권이 집으로 왔을 때 Visa를 보고 나는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Good enough)과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시는 위대하심(Big enough)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감사의 기도와 눈물을 흘렸다.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고 겸손해 질 때에 허락해 주신 하나님 덕택에 떠나기 4일 전부터 정신없이 준비하고 짐 싸고 떠난 것이니 만큼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3개월 동안의 하와이 코나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하는 생활이었다. 60여개국(주로 미국과 한국 사람으로 한국인이 전체의 30%)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찬양하는 찬양예배가 너무나 좋았고, 이렇게 마음껏 몸과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찬양하는 그들이 너무 부러웠고, 나도 아니 우리 가족 모두 기쁨과 감사의 찬양을 몸과 마음으로 한껏 드렸다.
새벽 5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월-금) 강변교회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식당에서 식기를 세척하고 계란 찌는 작업을 하며 노동의 신성함을 즐겁게 누렸고 매일 매일의 말씀 묵상과 기도와 찬양이 끊이지 않는 생활을 통해 특히 아이들(원규, 현규)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입에서 찬양이 끊이지 않고 방해세력(TV, 컴퓨터, 오락기, 신문등)이 없으니 아이들이 독서, 운동(농구, 야구, 수영. 특히 현규는 수영장에서 살다시피해서 25m 수영장을 거뜬히 왔다 갔다 한다), 말씀, 찬양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우리 강의는 주로 오전에 끝나고 (월요일은 오후까지) 오후에는 특강을 듣던지 Outreach(단기 선교 여행) 준비를 위해 완전 기초 수준의 중국어도 배우고 , Sum(Worship Dance, 찬양무용)도 배우고 했다. 삶 속에 실천하는 것을 가르치는 강사님들의 강의에 은혜 받은 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눈물도 너무나 많이 흘렸다. 특히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 분이신지를 느낄 때 많이 울었다.
그러나 이 은혜와 깨달음이 머리 속에만 남아 있지 않고 가슴으로 내려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렇게 강의 시간에는 은혜가 소나기처럼 내리는데 비해 우리 가족의 삶에서는 언제나 갈등과 대립의 생활이 계속되었다. 10평 정도의 방 하나에서 지지고 볶고 이걸 경험해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해를 잘 못할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말도 안 통하고(현규 반에는 통역이 있지만 거의 영어로 진행된다), 친구들하고도 서로 말이 안 통하고 문화가 다르니까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 현규는 노르웨이 친구하고 거의 매일 싸우다시피하여 이것 때문에 정말로 많은 문제와 갈등이 있었고 원규의 이유없는 반항으로 너무나 힘들었고, 나중에는 옆 집에서 듣던지 말던지 고래고래 소리치며 싸우기도 했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아내와의 관계였다. 아내도 나와 똑같이 강의 듣고 노동봉사도 하는데 아이들 숙제 챙겨주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모든 집안 일들을 혼자 감당하니까 (물론 나도 조금 도와줬지만) 짜증이 나고 힘이 들고, 또 내가 기도생활에 충실치 않으니까 나와의 말다툼이 많았다. 아침에는 예배드리고 강의 듣고 눈물 흘리며 은혜 받았다가 저녁에는 가족끼리 깨어진 관계가 될 때는 다 때려치우고 서울에 오고 싶은 때도 있었다. 그래서 강의 마지막 부분 2002년 2월초에는 2개월 선교여행을 그만두려고 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힘든 현실 삶을 함께 공유하며 갈등하며 낙심할 때에 하나님은 강의를 통해 바로 문제점을 깨닫고 해결책을 깨닫게 해 주셔서 비로소 “아하, 삶을 공유하며 배우는 것이 진짜 배움이구나. 만일 나 혼자 여기 와서 3개월 실컷 배우고 집에 간다면 별로 효과적이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아름다운 하와이 섬 여행도 하고 낚시도 해서 내가 잡지는 않았지만 회도 먹고 아름다운 일몰을 통해서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하나님의 놀라우심을 많이 깨달았다. 하와이에서 내가 깨달은 것 중 최고는 목사님들도 우리와 똑같다는 점이다. 5명의 목사님이 계셨는데 그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과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나와 똑같이 행동하고 싶으신 분들이었다. 아침에 늦잠 자고 싶고, 배고프고, 화나고, 대접받고 싶고, 남보다 더 잘 되고 싶고, 모든 것이 나와 똑같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사람이 다 연약하고 불완전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가슴으로 깨달았다.
선교여행으로 홍콩에 한 달, 중국에 한 달 다녀왔다. 어디를 가나 사람이 있었고 그들의 삶(집, 음식, 옷, 자동차 등)이 있었다. 여러 가지를 봤으나 특별히 생각나는 것은 사람들이 어떤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 공통적으로 느껴졌다. 대부분 돈을 위해 살며 돈과 함께 여러 우상을 섬기는 것을 보고 창조주 하나님의 깨어진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 유명 관광지인 리쟝에는 교회가 한 곳도 없어 우리끼리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었으며 찬양도 조용하게, 기도도 소리 죽여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행복하고 복 받은 나라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선교여행동안 6가정 내지 9가정이 항상 단체 생활을 했는데 이것이 가장 중요한 여행목적이 될 줄은 전혀 몰랐었다. 나의 선교 여행 목적은 첫째로, 가족의 하나됨, 둘째로 이웃들을 통한 공동체 의식 고취, 셋째로 중국을 보고 중국에 대한 하나님이 깨어진 마음을 아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달 동안 여러 가정이 함께 생활하면서 아이들과의 관계, 돈 사용문제, 가정간에 형평성 문제, 개인적 행동에 대한 거부감등 너무나 많은 면에서 마음이 상하고 기분 나쁘고 갈등하고 고민을 했다.
이렇게 좋은 강의를 듣고 하나님을 더 알기 위해, 지체들을 더 사랑하기 위해 여기에 함께 온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내기는커녕 서로 미워하고 정죄하고 판단하는 내 자신을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나를 보시면서 얼마나 답답하시고 마음 아파하실까 하는 마음이 확 다가왔다. 정말로 가능성이 없는, 정말로 구제불능인 나, 이기적이며 판단적이며 자기 잘 난 맛에 사는 나, 교만하기 이를 데 없는 나를 확실히 발견하며 이 세상에서 완전한 사람은 하나도 없으며 용납할 수 없는 사람도 하나도 없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불완전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연약한 것이 인간이며 우리에겐 예수님 밖에 해결방법이 없음을 가슴을 치며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5개월간의 DST훈련을 끝내고 남은 것은 이것 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나의 불가능을 알고 하나님의 가능을 알아서 매일 매일 말씀 묵상으로 하나님을 더욱 알기에 노력하고 중보기도와 찬양이 나의 삶이 되어야겠으며 겸손함을 항상 구해야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와 나의 가족이 바라는 바를 적으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첫째, Vision을 갖자. 무엇을 생각하던, 무엇을 하던 Vision을 위해 하자. Vision은 하나님의 눈과 마음으로 정하자. 하나님의 뜻에 맞게 정하자
둘째,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으며 또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또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에 대한 완전한 계시를 받고 완전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에 거하자.
에베소서 1장 17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정신을 너희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라는 말씀이 나의 삶을 주장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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