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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전도사

목사님, 안녕하세요?

	목사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제가 받게 된 철원 장학금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놀라고 감사했는지 몰라요. 그리고 지난주일 오후, 아무도 없는 초등부실에서 ꡒ고난 속에서 피어난 생명의 꽃ꡓ을 다시 한 번 읽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갑작스럽게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후, 저는 마치 실이 끊어진 풍선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거든요. 시간이 흐를수록 제게는 엄마에 대한 생생한 그리움이 더해가고, 눈물 없이 잠자리에 .드는 날이 없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도, 마지막 몇 마디를 나눌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으신 하나님을 향해,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운함과 반항의 말들을 쏟았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매 주일 어린 영혼들을 말씀으로 만나야한다는 부담감과 죄스러움에 눌리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일, 목사님의 글 (고난 속에서 피어난 생명의 꽃)을 읽으며 저는 더욱 부끄러워졌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갈망하여 가족과의 아픈 이별을 감수하신 어린 시절의 목사님의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에 눈물지으시는 어린 날의 목사님, 어머니의 친필 편지를 모든 그리움과 설움을 삼키며 읽고 또 읽으시는 젊은 날의 목사님 그리고 네 살 박이 철원이를 하늘나라에 보내신 후 쓰라린 빈 가슴을 수없이 쓸어내리셨을 목사님과 사모님……. 일본에서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제게 목사님께서는, ꡒ그래… 슬프지? 슬픔은 좋은 거야…….ꡓ 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 말씀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 ꡒ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갑니다. 고통 가운데 계신 주님ꡓ 이라는 찬양을 부르다가 문득 그 뜻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그것을 다스리시는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창세 이후 지금까지 기쁨보다는 슬픔과 아픔을 훨씬 많이 느끼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복되는 반역의 아픔을 겪으셔야 했고, 결국에는 귀하신 아들을 저주 아래 내어주시는 고통을 참으셔야 했던 아버지의 마음……. 또한 이 땅을 호흡하며 사신 예수님도 마찬가지셨고, 위대한 신앙의 선조들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들은 그런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었고 세상이 알 수 없는 복을 누렸습니다. 목사님, 이제는 더 이상 ꡒ고난ꡓ을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왜 제게 이런 일을 주시느냐고 묻지도 않을래요.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이 더 많은 것이 나그네 삶의 특징인 것 같아서요. 저는 이제 겨우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 느꼈을 뿐인데, 그 분의 손길은 벌써부터 상한 제 마음을 따뜻하게 만져 주고 계셨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제게 너무나 소중한 엄마를 데려가신 하나님을 향해 ꡒ저를 이렇게 사랑해 주시니 감사해요.ꡓ라는 고백을 드리게 되었어요. 아직도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홀로 남겨진 아빠를 향한 안타까움이 밀려올 때면, 가슴이 너무나 아프고 눈물이 나요. 하지만 이젠 그 눈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그게 진실한 저의 모습이니까요 목사님께 드리는 감사 편지가 왠지 참회록(?)같이 되어 버렸네요. 사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이렇게 저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정말 뜻 깊고 감사한 장학금을 받게 되었으니, 이젠 사역도 공부도 더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직도 어리고 부족하기만 한 저희 부부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경책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하나님께서 강변교회로 저를 인도해 주시고 귀한 사역을 맡겨 주신 것, 목사님 사모님과의 만남을 허락하신 것, 그리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로 채워주시는 것에 가슴 깊이 감사드리고 있어요. 날마다 하나님의 위로가 목사님 사모님 위에 가득하길 기도드리며 2003년 4월 1일 사랑에 빚진 자 김세영 올림 사랑하는 김세영 전도사에게, 강변교회에 와서 처음 간증 설교를 할 때 나는 맑고 아름다운 영혼과 사건과 사리를 바로 판단하는 지성을 보고 마음이 흡족했는데 여기 써 보낸 ꡐ참회록ꡑ 같은 솔직한 고백의 글을 읽으며 ꡐ고난 속에 피어난 꽃ꡑ을 보는 듯한 흐믓함을 느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귀하고 아름다운 영성과 지성이 그대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성경은 주님을 묘사하면서 ꡐ고난의 종ꡑ 또는 ꡐ슬픔의 종ꡑ이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ꡐ고민ꡑ하시고 ꡐ슬퍼ꡑ하셨다고 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생명의 꽃은 고난과 슬픔을 통해서 피어납니다. 그래서 바울은 고난을 기뻐한다고 했고 솔로몬은 슬픔이 웃음보다 낫다고 고백했습니다. 어머니는 영원히 살아계십니다. 천국에, 그가 사역하던 일본 땅에, 그리고 사랑하는 딸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계십니다. 밀알이 되신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아름다운 생명의 꽃들이 피어날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원하신 뜻과 방법이라면 우리는 슬퍼서 울면서도 하나님의 선하시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섭리를 찬양할 것뿐입니다.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이 사랑하는 딸 세영에게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2003년 4월 18일 성 금요일 오후 2시 주님이 십자가에 달려계시던 때를 묵상하며 김명혁 목사
	[인쇄하기] 2003-05-27 19:0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