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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이 강대상에서 그 이름을 자주 불러 주는 유명한 분도, 교회 행사 마다 얼굴을 내밀고 봉사를 아끼지 아니하여 성도들의 칭송을 받는 분도 우리 구역에는 없다.
한양구역은 삼익 상가에서 가게를 하시는 분들을 중심으로 일곱 분의 집사님들로 구성되어있다. 엔젤 베이커리의 심옥초집사, 귀빈 화장품의 김석중 집사, 청담 부동산의 조종규집사, 삼익 정육점의 김춘자 집사, 잠실 롯데 백화점 귀금속 매장의 오희자집사,몇 년전까지 일을 가졌던 박혜원집사, 그리고 번역 일을 하는 구역장 허영숙집사이다.
2002년 8월에 청담동에서 분당으로 이사한 나는 2003년 분당 구역으로 가야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래 달라고 요청한 사람도 없는데 한양구역장을 1년 더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을 드려 질서를 깨면서 까지 1년을 더 구역장을 했다. 인간적인 정 때문 만은 아니었다. 3년 간 이분들로 부터 받았던 놀라운 감동과 은혜를 보답하고 싶었다. 그리고 일을 핑계로 구역장 일에 게을렀던 자신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처음에 나를 내심 놀라게 한 분은 김석중집사님이다. 손님이 없으면, 완전히 노출된 한데나 마찬가지인 매장에서 화장품에 그득히 둘러싸여 책을 읽으신다. 이 분 만큼 경건 서적을 많
이 읽은 분이 강변 성도 중에는 없을 것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오희자 집사님에겐 언제나 미안하다. 매장과 공장 그리고 사무실을 오가는 바쁜중에도 결코 구역예배를 빠지는 법이 없다. 그 밀리는 교통체증을 뚫고 영등포에서도 달려오신다. 그리고 잘 소독된 병원 처럼 깨끗한 사무실을 항시 예배장소로 내놓으신다. 일찍이 혼자 되신후 새벽기도로 네 딸을 키우셨다는 친정어머니의 영향인 것 같다. 한양 구역에서 나는 맛 있는 빵과 과자를 실컷 먹었다. 예배 때 마다 그것들을 가져오시는 심옥초집사님 때문이다. 강변교회에서 가장 환한 소리로 웃으신다. 웃을 때 작은 별 같은 보조개가 양 입가에서 반짝거린다.
새벽기도로 강변교회 생활을 시작하신 김춘자 집사님은 구역예배마다 거르지 않고 과일을 사오신다. 오랜 세월, 아침 부터 저녁 까지 지하에서 가게를 하신데다가 큰 수술을 받으신 후에는 몸이 더욱 쇠약해지셨다. 그래도 가게는 바닥에 떨어진 밥알을 주워먹어도 될 정도로 칼 같이 깨끗하다. 청담동 시절 새벽기도 전 교회 문 앞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쓸었던 박혜원집사님은 어려운 일을 당한 집집마다 손수 만든 음식을 해 가시는 것을 구역식구들은 알고 있다. 조종규 집사님은 어떻게 부동산 일을 할까 싶을 정도로 과묵하고 보드랍다. 슬그머니 없어지면 나가서 무언가 먹을 것을 사오시는 것이다. 어떤 때는 정말 각자 준비해온 먹거리가 넘친다. 그렇다고 해서 정식식사를 빠뜨리는 법도 없다.
이 분들은 하루 종일 가게 일에 매여 피곤할텐데 구역장도 않는 새벽기도를 하신다.
또 낮에 일을 하시는 분은 교회의 경조사에 일일이 갈 수 없다는 것이 구역장의 좁은 소견이었는데, 이분들은 고단을 무릅쓰고 밤을 이용하여 상갓집이나 병원심방을 다니신다. 장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죽 지켜 보았는데 축의금을 아끼는 것도 부의금을 생략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잠깐 강변교회에 나오셨던 분도 돌아가시면 자녀를 위하여 돈을 모아 도와주는 분들도 이 분들이다. 주일 외에는 교회행사에 가지 못하기 때문에 이 분들은 교회의 분위기를 그리워하며 봉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늘 죄책감을 갖고 있다. 구역예배때 말씀을 받고 그 자리에서 회개하고 눈물짓는 이 분들을 보면 구역장의 마음이 뜨끔하다. 그래도 재미난 이야기로 분위기를 금새 반전시키시는 박혜원집사님, 교통정리가 빠른 김석중집사님 때문에 끝내는 모두 하나님 품안에서 깔깔 웃는다.
이 분들에게 경기 침체로 인해 매출이 점점 더 떨어지는 것, 화목하고자 애쓰지만 이웃 가게와 경쟁관계를 피할 수 없는 것,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소문난 사람이 오백원, 천원 깍으려고 트집잡고 실랑이를 벌이는것등은 현재의 고통이다. 과거에는 가게 화재, 부군의 죽음, 어린 손자의 병, 가장의 실직과 사업실패 등의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있었다. 그러나 이 많은 어려움을 한양구역 식구들은 교회와 함께 이겼고 또 이겨내고 있다.
삼익상가와 도곡동교회는 거리적으로 멀고 성도들과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한양구역은 교회 안에서 드러나지 않는 구역이고 집사님들인지 모른다. 그러나 올해에는 자녀들이 강변교회의 최초의 기록들을 수립해 주목을 받았다. 서문재군(박혜원 집사 아들)이 합신을 졸업, 전도사로 주님을 섬기게 되었고, 이동건군(김석중집사 아들)은 MIT공대 전액 장학금으로 유학을 떠났으며, 전준호군(조종규집사 아들)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작년에는 전소영양(허영숙 집사 딸)이 R&B가수로 데뷔, 교회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자녀들로 인하여 받은 영광을 장황하게 자랑할 줄도 모르는 담백한 분들, 힘든 가운데도 넉넉하고 풍성한 분들, 하나님을 향해, 세상을 향해 걸찍한 농담도 던지는 화통한 분들, 타인에게 또 자신에게 가식없고 정직한 너무나 소탈한 분들, 이 분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었던 나는 복된 구역장이었다.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 6장 9절)
구역장 허영숙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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