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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제가 재작년말 쯤 신학교 입학을 앞두고
그동안의 여정을 돌아보며 자서전 형식으로 써 두었던 글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빈둥거리던 작년 5월의 어느 날 밤, 잠이 들려다 말고 문득 초조함을 느꼈다. ‘대학교 4학년을 단 1학기만 남겨두고 지구 반대편에서 지금 뭐하는 건가. 동기들은 취업이니 고시준비니 하며 가뜩이나 분주해져 있는데.’
다음 날 바로 어학원에 가서 석달 쯤 남은 수업일정을 단 한달로 줄여 버렸다. 나의 선생님은 동물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영국계 할머니였는데 한 시간 내내 대화할 만한 체력이 없어서인지 수업 시간의 많은 부분을 미술작품이나 고전음악을 감상한 후 학생으로 하여금 자기의 느낌을 서술하게 하는 방식에 할애했다.
당시 선생님과 내가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던 노래는 유명한 관현악 곡의 선율을 따서 만든 ‘ Be still my soul’ 이라는 노래인데 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두르거나 초조해 하지 말라 불확실한 상황 가운데서 잠잠하라 전능한 하나님이 계시고 그는 당신의 편이다 그리고 그럴 때 종국에는 joyful end, 곧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궁극적 행복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1개월이 갔고 나는 배웠던 노래가사와는 상관없이 부리나케 인천공항을 밟았다. 개강 전에 난생 처음으로 토익 학원이라는 데를 등록을 했는데 청취용 테이프를 되감아 몇 번 씩이나 반복해서 듣는 방식이 답답하게 느껴져 한 두 주쯤 다니다 그만 둬 버렸다. 개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 방송국의 기자직 공채에 응시했으나 급한 마음에 시험 과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기본적인 맞춤법도 익혀두지 않아 가볍게 낙방했다.
얼마 후에는 한 신문사에 응시했고, 지난번의 경험(?)을 되살려 제법 승승장구했으나, 최근 불미스런 일로 매스컴 깨나 탄 그 회사 오너 앞에서 섣불리 회색주의 운운하는 바람에 막판에 고배를 마셨다. 졸업 후 몇 달간 디지털 카메라 및 컴퓨터 주변 기기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월급쟁이 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 회사마저 8개월을 채 못 채우고 사퇴, 고유의 논, 구술 시스템을 자랑하는 한 보습학원에서 중학생들에게 영어문법을 가르쳤다.
생각해 보면 이 모든 서두름이 겨우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의 모습들이다. 그 간의 초조함과 분주함은 어떻게든 나를 있어야 할 곳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감지하는 과정이었음이 밝혀졌다.
나는 하나님이 신실하시고 전능하시고 주되신다는 사실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감히 고백하는 걸까. 혹시 바람직한 신앙인의 모습이고픈 나머지,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시기적절한 신앙고백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주장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 방주로 들어가라 하신 이가 하나님이실 뿐 아니라, 방주 안에서 떨던 노아를 권념한 이도 다름아닌 하나님이라는 사실(창 8:1), 그 권념을 통해 회개시키셨고, 그 회개를 통해 다시금 번성케 하셨고, 궁극적으로 이루시기로 한 언약을 이루셨다는 사실이 가르쳐 주는 바는 무엇인가. 나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통치하시고 섭리하신다는 사실을 입술로만 아니라 삶 자체로 고백하고 있는가.
강변교회에 교육전도사로 부임한 지 5개월 째 되는 이때에, 문득 2년 반 쯤 전에 써 두었던 이 글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제 곁에는 존경하는 김명혁 목사님을 비롯한 교역자 분들이 계시고, 사랑하는 강변교회 고등부 아이들과 여러 성도 분들이 계십니다. 이 글을 당시로서는 어느 한 가지도 예상할 수 있었던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강변교회를 통해 저로 맡게 하신 일들, 만나게 하신 영혼들은 하나님의 크고 완전한 계획과 섭리가운데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제게 맡겨진 이 직분과 사역, 그리고 현재 감당하고 있는 삶의 모든 과정이 주님께서 예비하신 바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아무 것도 염려하거나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주님의 계획 가운데서 저와 반드시 만나셨어야 할 강변교회 모든 성도님들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가 우리를 만나게 하신 하나님의 깊은 뜻을 밝히 알게 될 그 날을 기대해 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