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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가 유학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난 외국에서, 그것도 클래식 음악의 뿌리가 되고, 현대음악계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에서 작곡공부를 한다는 설레임과 부푼 꿈을 안고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시절부터 독일문화원에서 어학준비를 하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시작한 유학생활이었다.
그러나… 외국에서 생활해보신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외국어를 한다는 게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한국에서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다지만, 막상 외국인들 앞에 서면 일단 긴장이 되고 주눅이 든다.
긴장이 되면 독일 사람들 쳐다보기조차 쉽지 않고, 알던 말들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머리 속은 까맣게 되고, 입은 굳어버려 움직이지가 않는다.
더 더욱이 학교입학을 해서, 수업을 할 때 특히 세미나 시간이 되면, 정말 머리 속에는 할말도 많고, 교수님의 질문에 머릿속에는 대답할 수 있는 말들이 떡 하니 떠오르는데, 입이 안 떨어질 때, 그 답답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대답으로 뭐가 있다는 듯이 대단하게 말하고 있는 독일 애들을 볼 때의 그 심정 이란… 어학의 부족으로 인해… 무시당할 때의 그 상한 자존심이란…
성격상 한번 주눅이 들면, 그 속에 자꾸 계속 빠져들게 되는 나로서는 정말 어찌할 바 모르는 힘든 시간들이었다.
내가 믿을 때가 어디 있겠는가?
하나님께 기도를 했다. 누군가가 말 했듯이… 기도는 자세히 세밀하게 기도를 해야 한다고…
‘하나님…독일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독일어를 들으면 그 말들이 침착하게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들을 수 있도록 해주시고, 머릿속으로도 잘 이해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정리해서 좋은 억양으로 좋은 표정으로 문법에 맞게, 그리고 여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어느 때부터인지 모르지만 하나님은 독일 사람들을 봤을 때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마음속의 두려움을 사라지게 해주셨다. 두려움이 사라지니, 당황하지 않게 되고, 차분할 수 있게 되고, 독일어를 들었을 때, 머릿속으로 이해할 때. 내가 할 말을 생각할 때 그 모든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사라지게 된 것 같다.
유학생활에서의 또 한가지의 어려움은 한인사회 안에서의 인간관계의 어려움이었다.
어려서부터 교회 친구들 틈에서… (교회가 동네에 있었던 관계로 교회친구가 곧 학교 친구였다.) 자라서 대학 때에는 그냥 한 두 명의 단짝 친구들 그렇게 지냈던 나로써는 유학세계에서의 인간관계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어려서부터 같이 지낸 교회친구들은 서로 ‘얘가 맘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나?’ 생각 할 필요도 없고, 생각이나 말에 있어서 고민할 필요가 없이 그냥 느끼는 대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존재들이지만,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던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사회생활 한번 안 해 본 나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로 다가왔었다.
더군다나 유학생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목표와 성과를 달성하려는 그런 생각들이 있는 사람들이라, 시기, 질투, 욕심이 참 큰 사람들이었다.
특히 같은 전공 사람들끼리는 특히 더 그런 경우가 심했다. 서로 깍아 내리려 하고, 뒤에서 나쁜 얘기하고, 그런 일들이 무엇보다 힘든 일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유학생들이란 서로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끼리도 서로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요구하고, 기대치가 점점 더 커지고 그러다 보니 싸우게 되고, 그런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려워서 그냥 작품 쓰고 공부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하나님이 너무너무 사랑하시고 이뻐 하시는 하나님의 딸이 아닌가?
너무나 좋은 교회를 만나게 해주시고, 너무나 깨끗하시고 정직한 목사님과, 큰언니같은 다정하고 사랑이 많으신 사모님을 알게 해주셨다.
교회 속에서 그분들과의 교제 속에서 하나님과의 교제를 조금씩 회복하게 해 주셨고,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갈수 있는 마음을 허락해주셨고, 또한 나아가 사람들과의 교제 속에서도 지혜를 허락해 주셨다.
하나님은 날 독일 땅으로 보내신 이유가 있었다.
물론 지식의 진보를 위해 보내셨고, 유학 가기 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교회란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자라던 나를 큰 세계로 보내셔서 나의 마음을, 생각을 한 뼘, 두 뼘 성장케 해주시고, 무엇보다도 그분의 사랑을 체험케 해주시고 그분과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시기 위해서 보내셨고, 또한 작곡을 통한 하나님 안에서의 비전을 갖게 하시려고 보내주신 것이었다.
앞으로 하나님께서 날 또 어디로 보내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두려움 같은 것은 없다.
하나님께서 어딘가로 보내실 때에는 그 분께서 가지신 목적과 나에게 주시고자 하시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그만큼 예비해주시고, 채워주신다는 것을 이젠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서문윤희 집사는 독일 쾰른 음대석사와 독일 드레스덴에서 작곡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단국대 음대에 출강중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