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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이면 바쁘다. 주원이 학교 보내고 주한이와 남편을 차에 싣고 함께 집을 나선다. 이들을 각자 어린이집과 회사에 떨어뜨린 후 교회로 향하면 시간이 딱 맞는다.
지난 3월22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9시 반, 2층 회의실에는 성경을 한번 쭉 읽어보겠다는 마음을 가진 성도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정옥배 전도사님의 인도로 진행되는 성경통독학교 제2기이다.
현재 참석 하고있는 인원은 약 12명 정도. 어려서부터 교회는 나왔지만 제대로 성경 한번 쭉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지난 가을 성경일독학교에서 통독에 실패하여 이번만은 꼭 완독하고자, 교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하나님을 좀더 자세히 알기 위해, 초심자의 마음에서 다시 한번 일독을 하기 위해서 등 참석자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가졌다.
우리는 서로 안부를 묻고 그날의 프린트물을 받으면서 곧 찬양, 기도와 함께 모임을 시작한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 젊은 엄마들이 있기에 지체할 시간이 없다.
성경통독학교라고 하면 간혹 이 모임에 와서 성경을 읽는다고 생각하는 성도들도 있다. 그러나 이 시간은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읽어온 성경에 대해 묻고 확인하며, 다음 시간까지 읽어야 할 성경에 대해 전도사님을 통해 예습을 받는다. 커다란 숙제검사판에 그날까지 읽어온 분량만큼 스티커를 붙이기도 한다.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는 시간이다.
지난 1기에서는 15주간 성경을 통독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30여년 교회를 다니면서도 어린이 성경을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성경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들도 많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고서는 성경통독이 힘들겠다는 생각에 모임에 참석했고, 진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하루에 20장씩 읽으려니 정말 허겁지겁 숨 가빴다.
그래서 이번에는 되새김질의 차원에서 좀 천천히 읽고 싶었다. 주어진 분량은 하루 10장 정도. 양도 줄었지만, 한번 읽은 후 곧 이어서 읽는 것이라 그런지 지난 번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대목들도 좀더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고, 말씀을 통해 새롭게 깨닫는 부분들도 생겼다.
게다가 우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철저하게 수업준비를 해 오시는 전도사님께서는 매 시간마다 프린트물을 여러 장 나눠주셔서 이번 학기가 끝날 때쯤이면 책 한 권이 완성될 것 같다.
성경을 통독하는 방식에는 책별, 주제별, 맥체인, 연대별 등이 있는데,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연대별이다. 그리고 통독용 성경은 각자 편의에 따라서이기는 하지만 ‘쉬운성경’을 주로 본다. 한번 통독한 사람이라면 개역개정판을 읽어도 좋다고 하셨지만, 지난번 읽던 ‘일러스트레이션 쉬운성경’이 부가설명도 잘돼 있어서 우리끼리는 ‘전과’라고 부르고 있다.
매주 성경읽기 숙제를 제대로 해가자니 어디를 가든 항상 성경을 들고 다니게 되었다. 잠시라도 짬이 생기면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엄마가 성경을 읽고 있으니까 주한이도 유치부에서 사용하는 자기의 어린이 성경을 갖고 옆에 와 앉는다. 엄마랑 똑같이 읽겠다는 것이다. 엄마가 한 구절 읽고 자기가 한 구절 읽고 서로 번갈아 읽자면서 숙제하는데 방해(?)하고 나선다. 지난 1기 때는 “엄마, 성경 읽지 마, 나랑 놀아!”라고 떼쓰던 아이가 이제 작전을 바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누나 때와는 달리 매일 잠자리에서 책읽기를 제대로 해주지 못했던 주한이에게는 늘 미안한 감정이 있었는데, 이젠 성경을 함께 읽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주원이는 ‘어머니의 우아함’이란 일기 숙제에 “성경 읽는 엄마”라고 썼다. 쑥스럽지만 아이의 눈에 그렇게 비쳐졌다니 고마울 뿐이다. 사실 성경통독과 함께 아이에게 잔소리하던 것도 많이 줄었으니, 정말 우아해진 것 아니겠는가?
며칠 전 친정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소식을 전해드렸더니 내 생전 처음으로 “그래, 열심히 공부해라. 더 늙기 전에 성경은 미리미리 공부해둬야 해”라는 말씀을 하셨다. 학창시절에도 어머니는 내게 단 한번도 공부하란 말씀을 해보신 적이 없었다. 성적이 떨어져도 야단 한번 치신 적 없고, 상을 받아가도 잘 했다는 칭찬도 별로 안 해주셨다. 그러던 분이 내가 학교 다니면서 받아왔던 그 어떤 상장들보다도 성경완독증서에 더 기뻐하셨다.
그러나 성경 읽기가 지난 1기 때만큼 편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성경을 많이 읽고 앉아만 있는다면 그것은 읽지 않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으리라.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유기체이다. 이 말씀들을 읽고 어찌 예전처럼 ‘잘난 나’를 계속 고집할 수 있을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오직 성령이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께서 계획하고 계신 나라, 즉 새 이스라엘을 완성시키기 위해 ‘나아가라’는 명령이신 것이다.
이젠 갇혀있는 지식이 아니라 믿음을 실천하고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 눈으로만 읽는 성경이 아닌 ‘마음으로 성경읽기’에 접근해야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