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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목회를 간다고 했을 때 집안에서나 우리를 아는 사람들 모두가 반대했다. 그러나 소외된 이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겠다고 하나님께 기도드렸던 제목이 있었기에 결심한 대로 고창으로 내려왔다. 먼저 내려 가셨던 목사님이 교인 명부를 보여주는데, 공순, 이순, 삼순, 오순, 복순, 막례…… 이름부터 정말 정겨웠다.
1997년 1월 1일 부임 예배를 드렸고 1월 3일 이사를 마치고, 주일 아침 새벽에 새벽기도를 가려고 사택 문을 열어 보니 밤새 눈이 하얗게 마당을 덮었다. 누군가 먼저 와서 사택에서 교회당까지 눈을 쓸어 놓은, 이 정겨운 모습에 시골 교회의 목회는 정말로 상쾌하게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이 살림 짐을 가지고 교회에 도착했을 때, 교인들은 나를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사모의 몸이 너무 허약해서 시골에서 일주일도 못 살고 갈 것 같더라고….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아도 교회의 여건상 거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들에 무리가 갔는지 목회를 시작한지 일 년 만에 다리 연골이 파열되어 수술을 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 교회의 여건은 참으로 기가 막혔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여겨졌었다.
농촌의 사정이 거의 그러하듯이 물맛이 이상해서 물 검사를 해 보았더니 식수로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정말로 난감한 것이 끓여 마셔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할 수없어 자구책으로 이틀에 한 번씩 읍내로 식수를 받으러 다녔다. 그러기를 5년 만에 길을 지나시던 정수기 판매 사장님이 고가의 정수기를 선물해 주셔서 식수문제는 해결되었다. 사택은 더 심각했다. 여름에는 온 식구가 땀띠가 나게 더웠고, 겨울에는 바깥보다도 더 추웠다. 홑벽에다 지붕도 스레이트이고 언덕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겨울에는 실내에서도 오리털 옷을 입고 4월까지 지내야 했다.
목사님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도 남들이 모르도록 생활한복을 입기 시작 했고 나 역시 생활한복을 즐겨입게 되었다. 추위를 타는 우리 부부의 옷 입는 패션이 환경에 따라 변한 것이다.
비오고 난 뒤에는 더 끔찍한 일 들이 많았다.
사택의 지붕은 여기 저기 새고, 지렁이, 뱀, 모기, 파리가 교대로 나를 괴롭게 했다.
밤마다 사택 천정에서는 쥐들이 운동회를 열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데 이런 환경 속에서도 정착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신 분들은 이웃 교회 교역자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우리보다 먼저 시골 교회를 섬기며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는 분 들이라 내게는 천사나 다름없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도우미이기도 했다.
2000년 올가을 태풍 때에 사택 지붕이 날아가서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그 때에도 이웃 교회 교역자가 장로님을 모시고 와서 지붕 덮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교회 성도님들이 거의 할머니들이라 교회에 무슨 일이 생겨도 그냥 걱정만 하는 수준이었다. 교회 지붕이 비가 와서 새도 당신들 집도 그러니까 교회가 새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셨다. 처음엔 그런 모습을 봐도 너무나 속이 상했지만 지금은 교회에 예배드리러 와서 앉아 계신 모습만 보아도 예쁘다.
이 무장 땅은 농사짓는 곳이라 그런지 무우나 배추를 가져오면 보통 한 자루씩이다. 도로 가져가라고 할 수도 없고 해서 어느 핸가 큰 독을 세 개 얻어다가 무우가 들어오는 족족 짠 무우를 담궈 두었다가 한 여름에 교인들의 자녀에게 까지 나누어 드렸더니, 어떻게 서울 사모가 이런 걸 다 할 줄 아느냐고 나를 보는 시각이 확 달라지기도 했다.
우리가 내려 올때만 해도 이곳에는 문화시설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우리 딸에게 특기 교육을 시키려해도 전문교육을 받은 선생님을 만날 수가 없었다. 설사 있었어도 우리 형편으로는 시켜볼 염두도 못 냈겠지만…….
그러던 어느 날 알고 지내오던 선교사님이 방문하셔서 우리 아이들의 외로움을 달래 주시며, 외로울 때마다 친구 삼으라며 아끼시던 풀루트를 주고 가셨다. 마침 우리 딸아이가 플루트를 배우고 싶어 할 때여서 너무나 감사했다. 없는 가운데서 누릴 수 있도록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손길이었다.
2006년 초 정말로 큰 사건이 있었다. 딸아이가 대학 입시를 앞두고 급성 백혈병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어마어마한 병원비도 문제려니와 교회적으로 시험에 들지 않을까 염려가 앞섰다. 그런데, 교인들은 “교회 걱정은 하지 말고 서울가면 혼자 내려오지 말고, 병을 꼭 고쳐서 딸 수지와 함께 내려오세요.”하시는 것이었다. 교인들의 기도와 격려해 주신대로, 혼자 내려오지 않고 아이와 함께 9개월간의 긴 투병 생활 끝에 딸과 함께 교회로 돌아왔다. 교인들은 너무 너무 기뻐하며, 예배 시간 내내 뒤에 앉은 딸아이를 돌아보며 주님의 크신 은혜를 감사 감사하다며 울먹이면서 감격스러운 예배를 드렸다.
사모가 없는 동안 목사님과 아들을 섬겨 주신 교인들이 너무도 감사했고, 밤낮 없이 기도로 매어달린 그들의 기도에 응답을 주셔서 믿음과 기도 응답에 확신을 심어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린다. 마침내, 교인들이 수지를 통해 기도응답과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이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게 된 것이다. 김명혁목사님의 격려 말씀과 사랑의 헌금과 기도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이제 무장 중앙교회 성도들은 물론이지만 동네 사람들도 우리 식구를 만나면 함께 기뻐해 주고 하나님이 지켜주셨다고 이구동성으로 하나님을 칭송하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서 올해는 복음 전도에 더 힘을 쏟으려고 한다. 노인 복지와 지역 아동 센터를 건립하여 농촌 목회의 접촉점으로 하여, 지역 주민에게 영육에 주님의 사랑을 부어주며 지역 사회에 없어서는 아니 될 교회로 이루어 가기 위해 전주의 비젼대학 사회복지학과에서 실제적인 전문교육을 훈련하고자 목사 부부와 딸 수지도 입학하였다.
적은 능력일지라도 주님이 오시는 날 까지 주님께 칭찬 받는 교회로 세워 가고자 마음을 새롭게 해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