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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한 날 아침에 비가 부슬 부슬 왔다.
직장 탐방을 한다는 부담스러운 마음을 안고 최정애 집사님과 공항타워 14층의 로고스 법무법인을 찾아갔다. 들어서는 순간, 30여명의 직원들이 각자의 pc앞에 앉아 있는 모습에 당황되고 어려웠지만 밝고 환한 불빛과 깨끗함이 인상적이었고, 침착한 최 집사님과 함께 있으니 한결 가라앉는 마음이었다. 20명의 변호사들은 개인 방이 있어 그 곳에 안내되어 10여분을 기다리자 이상곤 집사님이 들어오셨다. 매주 월요일 마다 8시부터 예배로 시작한단다. 한동대 사건으로 열띤 토론을 하시다가 지금 끝났다고 했다. 1시간의 예배로 업무를 시작하는 곳이니 다른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로고스법무법인의 설립 취지를 먼저 소개하면 현대의 다양한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아울러 사랑과 평화를 지향하는 기독교정신을 전달하기 위하여 한국 최초로 “크리스천 로펌”을 표방하면서 설립되었다고 한다. 단순한 거래관계의 변호사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인격적인, 나아가 영혼까지 상담하고 위로하는 변호사들의 무한책임 회사이다.
왜 〈로고스〉라는 이름을 붙였나요?
‘로고스’란 말은 원래 헬라어에서 나왔는데 분별과 이성을 뜻합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로고스는 한마디로 예수님을 뜻합니다. 즉 예수님처럼 중보자, 매개자, 메신저의 역할을 하고, 요한복음 1장 1절과 14절에서의 로고스가 말씀으로 번역되어있는 것처럼 실체를 바로 보도록 하는 변호사의 역할과 소명을 감당하며, 보혜사의 의미처럼 상담자, 돕는자의 역할을 하기 위함입니다. 성령의 도움으로 20여개의 이름 중에서 투표하여 결정한 것인데 잘 지은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첫째로 성시화(聖市化) 운동으로, 한 도시를 복음화 하는 운동과 둘째로 peace-maker의 역할(교회내의 분쟁과 불신자들과의 소송을 화해시키는)을 담당하려고 합니다. 사찰분쟁도 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peace-maker의 일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교회내, 성도간의 분쟁이 성경대로 화해가 잘 안되기 때문이지요. 재판을 안 하게 되면 돈벌이는 어렵습니다만.……
성시화 운동은 대표변호사님들이 검사장 및 법원장하실 때부터 하셨는데 지금 서울을 비롯한 10여개의 도시에 홀리클럽(Holy club)이 조직되어 있고, 최근에는 하와이에서도 창립이 되었습니다. 그 외, 교도소 선교단체인 “세진회”의 이사진으로 많이 참여하고 있고, 2003년 기독교 교도소(민간인 교도소) 건립을 위한 회의장소도 제공하는 등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적자가 되지 않나요?
현재까지 적자는 결코 아닙니다. 먹고 살 만큼은 됩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사역에 도울 만큼도 됩니다. 주위에서는 교회사건만 하는게 아닌가 하는데, 실제 교회사건은 얼마 안됩니다. 사찰에서도 옵니다. 왜 왔냐고 했더니 우리나라에 믿을 만한 데가 없어서 온답니다. 전용태 변호사님은 스님을 한 분 개종시켜서 교회에 등록도 했습니다. 사건이 희한하게 온다고 생각될 때가 많아요. 기업체 같은 큰 사건도 오고…… 이렇게 해서도 오는구나 하고 하나님께 감사할 때가 많아요.
변호를 맡으시면서 인상에 남는 사건은요?
온보현 사건(2명의 여자를 강간 살인하고, 3명의 여자를 강간살인미수 한 사건)의 국선변호를 맡아, 온보현이 사형 당할때까지 1년여 접견하면서 전도한 일이 있습니다. 가정의 비극 때문에 살인범이 되었지만 주위에서 보는것과 달리 조그만 이웃의 사랑이 있었으면 범죄를 막을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크리스천과 교회역할”을 각성시켜준 사건입니다.
법 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합니까?
법률적인 문제를 10%라고 한다면 법률 외적인 문제는 90%입니다. 예로 들면 이혼문제 같은 건데 법적으로 따지면 간단합니다. 그렇지만, 될 수 있는 대로 가정을 지키라고 권면을 하지요. 의사 역할, 상담자 역할을 하면서 웬만하면 모든 의뢰인에게 신앙적인 위로와 복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여기 직원들은 모두 교인인가요?
아닌 사람들도 있는데, 교회 다닐 것을 약속 받고 채용을 합니다. 40명 정도의 직원들이 있고요, 불신자들도 최대한 끌어안으려고 합니다. 법정이나 검찰청에서 옹졸하고 사랑이 없는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안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하셨는지요?
고등학교때 영어성경공부 모임에서부터 시작했고, 대학졸업 후 군대가기전 2년여 많은 실패와 방황 끝에 1980년도 4월 성령님의 도움으로 하나님을 영접했습니다. 사랑이 온 세상에 가득찬 기쁨을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아버지와 갈등이 많았는데 한순간에 화해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제 발로 새벽에 간 교회가 대구 대덕교회(윤희주 목사)인데 거기서 성경의 기초를 잘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모태신앙이 좋은 것 같아요, 김연미 집사가 모태신앙이지요.
고등부 부장일을 맡고 계시죠?
애들을 좀 더 알고 해야 하는데 자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들하고 같이 지내는게 좋아서 고등부 교사를 시작했는데 엉겁결에 부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백혜란 집사님 하고 같이 고3 애들을 맡고 있는데, 구체적인 plan은 아직 없습니다.
김연미 집사님과는 친척 소개로 만난지 3개월 만에 결혼하셨다지요?
하하하…… 순수할 때(?) 첫 중매로 만났는데 믿음보고 결혼할 바에야 빨리 가정을 이루는게 좋겠다 싶어서 결정했어요.
자녀관은요?
딸 지원이(고1)는 유학 중이고, 아들 유섭이는 중2입니다. 애들이 착하긴 한데…… 착하기 위해서는 독한 면도 필요한 것 같아요. 어중간한 것 보다 신앙적으로 철저한 것이 자유를 가져다 주는것 같습니다. 저도 검사 재직시 예수믿는다고 드러내 버리니까 얼마간의 핍박이 있었지만 곧 술 먹는 것에서 자유로워졌지요.
앞으로 계획은?
크리스찬 로펌은 저에게는 실천하는 신앙터입니다. 마음먹고 전도하면 기적적인 일도 많이 겪고, 크리스천 직장인으로서는 엄청나고 엄청난 축복같아요. 아직 넘어야 할 단계가 많이 남아 있지만 이런 로펌이 성공하면 하나님 사역에 엄청난 효과가 있어요. 제 자신이 부족한 면을 많이 느낍니다. 5년쯤 뒤에 시골에 내려 가서 조그만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국선변호, 무료상담, 농촌교회개척 등에 봉사하고 싶습니다.
긴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인 김연미 집사는 성가대로 봉사하시며, 목사님 생신축가를 변여진 집사와 함께 아름답게 불러 주신 분이다. 자신의 직업을 신앙과 맞물려서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을 보았다. 복음을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전하려고 힘쓰는 로고스 법무법인의 탐방을 마치며 내 자리를 점검해 본다. 새 사무실 이전에 빈 손으로 간 아쉬움을 남기며……
취재: 최정애, 정수주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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