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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육아의 어수선함 속에서도 말씀과 기도에 더욱 집중하고 열심을 낼 수 있기를, 집사의 직분이 부끄러운 것이 되지 않기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이 시간에도 기도회 자리를 여기저기 넘나드는 아이들, 침대 위에서 날아갈 듯 뛰어 노는 아이들을 자제 시켜야 했기 때문에 몇몇 자매는 기도회에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수고에 얼마나 미안했고 감사했는지요…
기도회 후에는 잠시 휴식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은 이때다 싶어 마루를 맘껏 뛰어다녔고 이내 야참으로 준비된 컵라면과 찐고구마 때문에 곧 조용해졌습니다. 피난이라도 나온 듯이 삼삼오오 모여서 컵라면을 먹는 모습도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그리고 이번 수련회의 특별 순서로 꼽히는 세족식이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새가정부의 아빠들이 ‘아버지 학교’를 대신할 만한 특강을 약 5주에 걸쳐 가졌었습니다. 정식 ‘아버지 학교’에서는 실천의 한 방법으로 아내의 발을 닦아주는 순서가 있다고 하여 우리도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각자 집에서 가져온 대야와 발수건을 꺼내서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발을 정성스럽게 씻겨 주었습니다.
아이들도 곁에서 앉아있다가 자기들의 발을 내미는 바람에 생각지도 못했던 ‘가족 세족식’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학교’에서의 세족식은 상당히 엄숙하고 눈물이 흐를 정도로 진지한 감동이 넘쳐 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우리의 세족식은 좀처럼 무겁지도 심각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부들의 얼굴은 매우 순진했으며 진지한 감동의 눈물에 못지않은 겸손하고 멋적은 웃음으로 가득하여 모두들 매우 행복해 했습니다. 부부가 서로 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시간에는 좀 전의 웃음소리가 숙연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마도 서로에 대한 많은 감사의 무게가 그 마음을 지긋이 눌러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섬김의 대상으로 주신 배우자의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그 손은 종이 되어 오신 예수님이 우리의 발을 씻겨 주신 그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새벽 두시 반이 되어서야 즐거운 성경 퀴즈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시간을 위해서는 항상 상품이 마련되어 있는데, 정답을 서로 맞추려는 치열함과 기가 막힌 재치 때문에 그 재미가 배가되는 전통적인 순서입니다. 이번에는 양수영씨와 박상원씨의 진행으로 더 없이 즐거웠는데 퀴즈 중에 간혹 목사님도 모르시는(?) 사실 외우고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 퀴즈가 나와서 성경책 오픈북으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억지 섞인 ‘넌센스 성경인물 퀴즈’는 가히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해보게도 했습니다. 거지 근성이 가장 강한 인물이 ‘막달라 마리아’라고 하지를 않나, 수 개념이 가장 희박한 인물이 ‘모세(못 세)’라고 하지를 않나~……
여하튼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첫 날 행사가 끝을 맺었습니다.다음 날 아침 Q.T를 위해 모였습니다. 역시 아이들 때문에 Q.T.가 조용(quiet)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꿋꿋이 말씀을 읽고, 생각하고, 서로 나누고, 기도하고…. 아침식사가 끝난 후 형제들이 설거지와 아이 돌보기를 해 준 덕분에 자매들은 한적한 다른 방으로 옮겨가 조용히 성경의 몇 부분을 통독할 시간을 얻었습니다. 정말 찬송가의 한 소절 처럼 ‘그 때가 가장 귀하다’ 였습니다. 조용히 말씀에 집중하는 동안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조금 더 크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말씀으로 받은 서로 다른 은혜를 나누며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정리가 끝나고 자전거를 타러 갔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환한 햇살을 받으며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습니다. 모두 모여 수련회 단체 사진을 멋지게 한 컷 남기는 것으로 공식적인 모임은 끝을 맺었습니다.
수련회를 위한 기도의 시간이나 준비회의 등등에 비해 정작 수련회는 아쉬울 정도로 짧았지만 이 짧은 시간동안 너무도 충실한 순서들을 가졌기 때문에 그 영향은 수련회 시간에 비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끄러운 중에도 높아 갔던 간절한 기도소리, 어수선한 가운데도 마음을 움직이는 세족식에서의 마음놀림과 손놀림, 여러 사람이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성경말씀 읽는 소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 하던 그 모습들, 새벽 세 시까지 자기 조 이름을 외쳐대며 퀴즈를 풀던 그 열정적인 모습들…. 이 모든 것을 기억하며 다시 한 번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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