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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죄와 욕심으로 얼룩진 삶을 살았던 아버지가 저렇게 복된 죽음을 맞는 것을 보고,
한 영혼 영혼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하심과 인내하심과 계획하심을 느껴…….”
어린 시절, 저희 가족을 생각해보면 참 많은 눈물과 상처 속에서 살아 왔던 것 같습니다. 술과 세상의 욕심에 마음을 빼앗기고 사셨던 아버지로 인한 가정의 불화로 눈물과 통곡으로 새벽을 깨우시던 어머니의 기도 소리가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영화를 보듯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곤 합니다.
저는 항상 다짐하고 다짐 했었습니다. ‘나는 아버지란 사람을 위해서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슬픔도 흘리지 않겠노라고…….’
형과 제가 동시에 군에 복무하고 있었던 때에 아버지는 집을 나가셨습니다. 모든 재산을 스스로 탕진하고 가족들을 위해선 아무것도 남겨놓지 않은 채 그렇게 집을 나가 버리셨습니다.
형과 제가 없는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만 홀로 남겨 두었다는 것이 저로서는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일 이었습니다. 형과 제가 군에서 제대 할 무렵 아버지는 빈털털이가 되어 몹쓸 병과 함께 어머니께 용서를 빌며 집으로 다시 돌아 오셨습니다.
저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이혼 권유에도 어머니는 “하나님의 뜻은 그런 것이 아니란다.”라고 말씀하시며 그렇게 또 아버지를 용서하고 받아 들이셨습니다.
아버지는 폐암진단과 함께 수술을 받으셨고 그때부터 긴 투병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한참을 갈피를 못 잡고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던 저는 가족의 구속을 핑계로 어머니와 말 다툼을 하게 되었고 집까지 나와 버리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차서 집을 나오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가정에 대한 불만과 쌓여왔던 감정의 폭발은 저의 마음을 미친 듯이 강퍅하게 만들었고 결국 어머니에게 많은 상처와 눈물을 안긴 채, 그렇게 집을 나와버렸습니다 .
그 후로 간간히 형을 통해 아버지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미 아버지의 암은 악화되어 여러 곳으로 전이 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며칠을 고민 끝에 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수술을 마친 아버지는 많이 야윈 모습으로 중환자실에 누워 계셨고 어머니는 말없이 저를 맞아 주셨습니다 .
아버지는 건강을 되찾는 듯 보였고, 병원에서 성경을 보시고 가족의 안부를 묻는 등 변화 되는 삶으로 나아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위암은 다시 뇌로 전이가 되었고 아버지는 여러 차례 수술 끝에 시한부 선고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셨습니다.
제가 가까이에서 아버지를 지켜 본 것은 겨우 두어 달 남짓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훨씬 전부터 자신의 생활은 포기 하신 채, 아버지 옆에서 온 종일 병수발을 해오고 계셨습니다.
지금까지 아버지의 행실을 떠올려 보았을 때 만약에 저였다면 벌써 내어 버리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말씀과 기도로 사셨던 어머니는 달랐습니다. 헌신적으로 아끼며 돌보셨습니다.
아버지는 거의 시체와도 같으셨습니다.대 소변을 받아내다 못해 어머니가 일일이 빼내셔야 했고 틈만 나면 소리를 지르시고 또 헛소리까지 하기 시작 하셨습니다. 아마도 뇌 수술의 후유증 같았습니다
밤에는 그런 상태가 더욱 심해져서 어머니는 낮 동안의 피로함을 고스란히 안고서 매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워야 했습니다. 잠을 자지 못하는 고통은 생각 이상 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로 인해 우리 가정은 다시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또 다시 철없는 생각으로 어머니와 크게 다투었고 집을 나가려고, 이 상황에서 혼자만 비겁하게 도망가려 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의 소중함을 무시하고 뭉개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죄를, 마귀에게 지배당하는 죄를 저지를 뻔 하였습니다 .
형의 만류와 어머니의 눈물로 이성을 되찾았고, 그날 밤 저는 부끄러운 마음에 어머니께 죄송하다는 말도 못하고 작은 종이에 메모로만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주님은 그렇게 망가져가는 저를 다시 한번 붙잡아 주셨습니다. 그 후부터 저는 나름대로 조금이나마 어머니에게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병든 아버지 옆에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 되어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에 엄마가 봉사하던 ‘샘물의 집’ 이란 곳이 있는데 거긴 암 환자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곳이란다. 니 아빠를 그곳으로 옮기는 게 좋겠구나..”
그렇게 얘기 하시고는 일단 근처병원의 중환자실로 아버지를 이송하신 후에 샘물의 집으로 향하셨습니다 .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돌아오신 어머니께서는 기운이 없으신 듯 말씀하셨습니다. “대기자가 100명이 넘게 있다는구나, 갈 수만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것도 다 하나님 뜻이고 니 아빠 복이지…….”
어머니와 저는 하나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며칠 후 어머니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니 아빠는 참 복 있는 사람 인 것 같다, 샘물의 집 가게 되었어, 이게 다 하나님 복이지, 하나님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면서 또 이렇게 기도의 응답을 경험하면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느끼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
샘물의 집으로 이송된 지 삼일 만에 아버지는 하나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150여명이나 되는 많은 성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아이와 같이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그렇게 복된 죽음을 맞이 하셨습니다.
저는 아직도 눈을 감으면 생각이 납니다 그렇게 증오하고 미워하던 아버지의 귓가에 흐느끼며 얘기하던 “아빠, 사랑해요. 이제 편안히 천국으로 가세요.”라는 말과 우리들의 얘기와 찬양을 들으며 가늘게 맺히던 임종 직전에 흘리던 아버지의 눈물을 기억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은 사람의 그것과는 다르게 역사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린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고이 잠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평생을 죄와 세상의 욕심으로 얼룩졌던 한 사람이 저렇게도 복된 죽음을 맞이 하는걸 보면서 한 영혼, 한 영혼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인내와 계획 하심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한 하나님의 사랑은 제 인생의 괘도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회복하게 만드셨고 다시금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갖게 만드셨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감사 드리며 다시 한번 모든 강변 성도님들과 목사님들께, 샘물 호스피스의 모든 분들께, 그리고 우리가족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부끄러운 신앙이지만 언제나 그날의 주 하나님을 기억하면서 늘 깨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국의 소망을 안고 살아가겠습니다. 주님, 감사 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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