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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세상이 되었다.
세상을 바라보거나 사람들을 바라볼 때 부끄러움과 절망을 느끼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우리들에게 따뜻함과 격려와 소망의 빛을 던져 주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세상은 부끄러운 곳이 되었다. 이럴 때 보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첫째 모든 것을 버린 사람들이다. 장기려 박사는 명예도 물질도 쾌락도 모두 버렸다. 그는 박사로 불리는 것을 싫어했고 돈이나 집을 소유하는 것을 싫어했고 재혼해서 편안하고 즐겁게 사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바보처럼”(춘원 이광수의 표현) 낮은 자리에서 가난하고 외롭게 살았다. 한경직 목사도 명예도 물질도 쾌락도 모두 버렸다. 그는 박사학위나 교수의 지위를 추구하지 않았고 돈이나 자동차나 집을 소유하는 것을 싫어했고 소박하고 불편하게 살았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바보처럼”(이우근 부장 판사의 표현) 20평짜리 좁은 집에서 소매가 닳아 빠진 옷을 입고 낮은 자리에서 겸손하게 아프게 외롭게 살았다. 그는 “세상의 강을 건너 버린” 버림의 삶을 살았다. 기독교의 성자 프랜시스야말로 부도 명예도 쾌락도 평안도 학문도 모두 버린 가난과 불편과 고통의 삶을 살았다. 나는 지금 모든 것을 버리며 산 버림의 사람들이 간절하게 보고 싶어진다.
둘째 모든 사람들과 화해한 사람들이다. 한경직 목사는 아무도 미워하거나 비난하거나 정죄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들을 품고 모든 사람들과 화해하며 살았다. 그는 자기를 괴롭히고 박해한 일본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에 대해서 관대한 마음을 품었고 군사 독재자들에 대해서도 아량을 베풀었으며 신학적 입장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격려와 사랑의 손길을 폈다. 장기려 박사도 아무도 미워하거나 정죄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아량을 베풀고 모든 사람들과 화해하며 살았다. 기독교의 성자 프랜시스야말로 모든 사람들과 화해와 평화를 이루며 살았다. 그는 자기를 비난하고 정죄하는 악한 사람들에게도 화해의 손길을 폈고 기독교를 적대하는 모슬렘교도들과 심지어는 이단들에게까지 넓은 아량을 베풀며 화해와 평화를 도모했다. 미움과 정죄와 갈등과 대결이 극심한 양극화 된 세상을 바라보며 화해와 평화를 이루며 산 화해의 사람들이 간절하게 보고 싶어진다.
셋째 모든 사람들을 사랑한 사람들이다. 장기려 박사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했다.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애끓는 사랑은 오늘의 세상이 추구하는 쾌락추구의 이기적인 사랑과는 판이한 사랑이었고 가난한 자들과 병든 자들 그리고 남북의 동족을 향한 사랑은 오늘의 세상이 추구하는 민족주의나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배타적 사랑과는 판이한 사랑이었다. 그는 “사랑 앞에는 어떤 이념도 한낱 쓰레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경직 목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과 도움을 베푸는 사랑의 성자로 살았다. 그는 인생의 삶을 지탱해주는 세 가지 다리가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의 성자 프랜시스야말로 모든 사람들과 모든 피조물과 모든 존재에게 동정과 애정을 베푸는 사랑의 화신으로 살았다. 그는 가난한 자들과 병든 자들을 무조건 사랑했고 포악하게 대드는 나병환자나 사나운 늑대를 동정과 사랑으로 품었으며 심지어는 고통과 죽음까지도 따뜻하게 품으며 사랑했다. 개인이기주의와 집단이기주의와 민족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의 모든 대상을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품으며 산 사랑의 사람들이 간절하게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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