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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보게 되어 미안한 마음까지 드는 구만”
기도 외에 애들을 위해서 부모가 할게 뭐가 있겠어요.
애들을 위해서 기도 많이 해 주시고..
그런데 내가 기러기 아빠인지 어떻게 알았는지
부족하기 쉬운 과일을 줘서 2개나 먹고…
그저께 아직 환해지기도 전에 스워츠베이 선착장에서 헤어지고 나서 그새 벌써 두 밤이나 지나 버렸어…… 이쁘니는 그 시각에 집에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해가 뜨는 걸 봤겠지만 나는 벤쿠버로 가는 선상에서 해가 솟아 오르는 것을 보았지. 그 큰 배 앞 창문들이 전부 버-얼게지더니 해가 빼꼼이 얼굴을 내어밀더라고…… 같이 보았었더라면 좋았겠지만. 나 혼자 보게 되어 미안한 마음까지 드는구만…….
돌아오는 비행기는 참 편하게 왔어. 목사님도 가끔 말씀하시지만 ……나도 거의 꽉찬 비행기 안에서 세자리가 모두 빈, 그야말로 운동장 같은 좌석에 앉아서 아니 옆으로 길게 누워서 왔거든. 난 목사님 처럼 단 잠을 자고 오지는 못했지만 (대신 영화를 네편이나 봤거든), 사과도 주더라고(비행기 안에서 사과 같은 과일 먹어보기는 처음인 것 같아). 기러기 아빠가 부족하기 쉬운게 과일 인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래서 두 개나 먹어뒀어. 나중을 대비해서 말이야.
서울 도착해서 시내에 들어와 저녁 간단히 먹고 집에 오니 어머니는 교회에서 아직 안돌아 오셨더라고…… 짐 풀어 놓고 있으려니까 들어오셨어. 이쁘니가 보낸 덧신 신어보시더니 잘 맞는다고 좋아하셔. 방에서 신고 있기도 편하고 따뜻하고 가볍다고.
그리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 다음날 새벽기도에 모셔다드리기로 했기에 일찍 잤어. 어머니가 난방 미리 해 놓으셔서 따뜻하게 푹 잤어.
일어나 보니 5시더라구. 어머니가 잣죽해주시기에 그거 먹고 교회 모셔다 드리고 사무실 나왔어…… 참 준원이 다리 다쳤다면서? 그 녀석 정강이 보호대도 튼튼한 걸로 사 주고 왔는데…….
태클 들어오면 요령껏 피하고. 습관적으로 깊이 태클하는 녀석에게는 심판 못 볼 때 반칙 슬쩍 하는 법도 가르쳐줬는데…… 많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너무 걱정 마…… 다만 애들 위해서 기도해 줘요. 기도 외에 애들 위해서 부모가 할게 뭐가 있겠어요. 다시 한 번 얘기 하지만 애들은 부모가 하는 말을 따라 사는 게 아니라, 부모가 사는 방식대로 산다는 걸 명심하시고…… 알겠습니까?
신애에게도 관심 가져주고, 준원이 보다 손이 덜 가기는 하지만, 그건 신애가 성격이 이 아빠를 닮아서 무난해서 인거지. 이쁘니가 신경 좀 써줘요.
내 걱정은 하지마. 이춘 집사님이 나 밥도 반찬도 많이 주시니까. 박치원 장로님께는 미안하네. 칸타타연습만 하지 실제로는 못하고 떠날 것 같으니……. 어머닌 여름에 모시고 갈게. 그때 온 가족이 함께 다시 모여 보자고. 그럼 또 쓸게. 안녕,
<이쁘니는 아내인 김영미 집사의 애칭: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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