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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간 신구약을 다 읽으려면 하루에 스무장 정도를
쉬지않고 읽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열세 명이 다짐하고 뛰어들었다.
9월 15일부터 12월 21일까지 15주간, 3, 40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성경 일독학교’가 있었다. 임신과 출산, 육아와 집안일, 때로는 직장 일에 지쳐가는 이들, 마음은 처녀시절처럼 교사로 성가대로 전도부로 봉사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저 아이들 신경 쓰지 않고 본당에 앉아 예배 한 번 드려보는 것이 소박한 꿈이 된 이들을 돕고자 시작된 모임이 8년째. 그동안 성경공부, 제자 훈련, 자녀교육 세미나, 기도모임으로 주제가 바뀌고, 참석자들 면면도 바뀌었다. 아이들은 젖병 물고 기저귀 차고 24시간 엄마 옆을 맴돌다가, 놀이방으로, 유치원으로, 학교로 떠나갔다. 한 때는 성경공부 인도하다가 고개들어보면 인도자 혼자 앉아있고, 엄마들은 기저귀 갈고, 젖병 물리고, 쉬야 시키고, 싸우는 아이들 말리느라 전원 다 사라져 버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남들처럼(!) 회의실 의자에 앉아 공부를 할 수 있다.
이번엔 조금 더 욕심을 내어보았다. 15주간 신구약을 다 읽으려면 하루에 스무 장 정도를 쉬지 않고 읽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열 세 명이 다짐하고 뛰어들었다. 성경을 그저 차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시대 순으로 재구성하여 읽었으므로, 족장시대와 남북국 분열시대, 포로시대, 신구약 중간시대와 신약시대에 이르기까지 성경 역사 및 관련 열강들의 세계사까지 훑으며, 잠시 학창 시절의 역사 수업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갖기도 했다. 사복음서를 읽고 나서는 ‘예수’ 영화를 보면서 성경을 ‘눈으로’ 읽었고, 영화 검노와 글래디에이터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다.
참석자 중 절반 정도는 주어진 시간 내에 성경을 완독했다. 나머지 절반 중 두 명을 빼고는 성경을 반 이상 읽었다. 성경일독학교는 끝났지만, 내년 1월이면 다시 시작이다. 이번에 급하게 읽은 성경을 조금 더 천천히 다시 읽는다. 평생 동안 일년에 한 번씩은 성경을 읽고, 완독증서들을 햇수만큼 쌓아가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이들에게서 나는 민족의 지도자를 키워낸 요게벳을 본다. 대를 이어 충실히 신앙을 전수하던 로이스와 유니게, 교회의 든든한 후원자 루디아, 탁월한 성경 교사 브리스길라를 본다. 백 살이 넘도록 기도하며 성전을 지키던 안나, 가정과 이웃과 하나님께 극상의 칭찬을 듣던 잠언의 현숙한 여인을 본다. 나는 이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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