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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쾅”
2000년 5월28일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천장의 전등이 쏟아지고 유리 창문이 머리 옆으로 깨어져 내려 방안이 아수라장이 되고 밖에서는 현지인들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유리 조각을 밟는지도 모르고 밖으로 뛰어 나가보니 발전소를 폭격한 에티오피아 공군기는 멀리 사라지고 자욱한 연기와 무참히 부서진 발전소 굴뚝과 벌집 형상이 되어버린 발전소 건물들만이 눈앞에 나타날 뿐이었습니다. 순간 물거품이 되어버린 2년여의 세월이 연기 속에 떠올랐습니다.
1997년 여름, 나는 교회에서 하는 성경 공부에 매우 열심이었고 재미있고 은혜롭게 하나님 아버지의 역사하심과 나를 사랑하심을 배워나갔습니다. 토론 시간에 현재 가장 두려움이나 문제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목사님의 질문에 나는 이제 곧 아프리카 북부 에티오피아와 홍해 사이에 위치한 에리뜨리아라고 하는 신생국가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현장에, 세 개 회사 중 하나인 우리 회사의 현장 소장으로 나가게 되는데 내가 현장 소장의 역할을 무사히 하게 될지 두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한참 생각하신 후 목사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발전소를 짓는 일에 노력의 반을 쓰고 나머지 반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는 일에 쓰면 하나님 아버지의 도움으로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답을 듣는 순간 나의 가슴은 땀을 식히는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시원함을 맛보았습니다. 그렇구나! 그 동안 내가 현장 소장으로서 발전소 짓는 일만 걱정하는 어리석은 나였구나. 이제부터는 반은 내가 일하고 반은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맡겨버리자고 다짐하였습니다.
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서서 회사가 공사 계약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끝냈고 소장으로 발령을 받아 지구상의 마지막 버려진 땅 에리뜨리아의 홍해 바다에 위치한 항구 도시 마사와 현장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방콕, 봄베이, 아디스아바바를 거쳐 수도인 아스마라까지는 비행기로, 다시 그 곳에서 승용차로 실크로드 같은 험악한 산악길을 네 시간 여행하여 현장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폭염, 연중 4-5일 정도 내리는 강우량에 보이는 것이라곤 풀 한 포기 없는 돌산과 황량한 벌판, 모래 사막 등 이 곳이 내가 2-3년을 몸담고 일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마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독일인 공사 감독에게 현장 소장 승인을 받고 업무를 시작하였고 또한 약속대로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추진하였습니다. 인근에는 우리보다 먼저 공사를 시작한 현장이 두 개 더 있어서 세 개 현장에서 믿음의 형제를 모으니 열 명에서 열다섯까지 모이게 되었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모두 모여 열심히 기도하고 고국에 있는 가족과 현장일과 이 곳에 있는 형제들을 위하여 열심히 기도하고 미약하나마 현지인 믿음의 형제들을 위하여 헌금을 모아 전달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현지에 도착하여 일을 시작한 지 두 달만에 에티오피아와 에리뜨리아는 전쟁을 시작하였습니다. 공항 폭격으로 국제공항이 폐쇄되고 강대국들은 군용기를 보내와 자국민을 수송하였으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였고, 밤 10시 인근에서 군사 훈련 중이던 네덜란드 군함이 우리를 싣고 12시간 여만에 홍해 바다를 가로질러 예멘의 호데이다라는 항구에 내려주었습니다. 난민인 우리를 태워다 주면서 배 안에서 베푸는 그들의 정성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만한 국민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고 그들에게 더욱 하나님의 은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 곳에서 지옥을 오가는 10시간 여 여행 끝에 수도 사나에 도착, 비행기로 두바이, 방콕을 경유하여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나라 조선시대 무렵 1900년대 이전과 같은 에리뜨리아는 유목 생활을 하는 부족 국가였고 에티오피아 내시가 이 곳을 통하여 아프리카로 최초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하여 지나갔던 땅이었다고 합니다. 유럽인들의 식민지 확장시절 이탈리아가 이 곳을 강점했고 2차 대전에 승리한 연합국은 이 나라를 에티오피아와 연방으로 독립시켜 주었습니다. 셀라시에 황제시절엔 그런대로 평화롭게 지나갔으나 에티오피아가 혁명으로 사회주의화되자 그들은 에리뜨리아를 연방이 아닌 식민지 대접을 하였고 그 때부터 나라를 황폐화시키게 된 30여 년의 독립전쟁 끝에 에리뜨리아로 독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 새마을 운동을 본따서 산에 나무를 심고 사방공사를 하고 부지런히 국토 개발을 추진하여 나갔으나 에티오피아와의 급격한 단절과 내륙국가가 된 후 항구의 필요성 등으로 인하여 국경 분쟁을 빌미로 하여 전쟁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두 달여 후에 전쟁이 소강 상태로 되자 발전소 공사를 계속 해달라는 그 나라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다시 그 곳으로 가게 되었고 언제 싸움이 확대될지도 모르는 불안 속에서 겨우 일을 가르쳐 놓으면 현장에 트럭을 대놓고 전선으로 실어가 버리는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2년여의 세월은 공사를 거의 마무리짓고 시운전을 시작하여 전기를 시험 생산해 내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움이 많았던 관계로 감회 또한 더욱 컸습니다. 그러나 발전소 완공을 시기하는 에티오피아가 전쟁과 아무런 관계없는 이 곳을 폭격할 것 같다는 정보에 따라 시내 민간인이 많이 사는 아파트 현장의 방을 빌어 낮에 일을 마치고 식사 후 취침은 그 곳에서 하고 아침에 현장에 다시 와서 일을 하기를 며칠간 계속 하다가 일요일은 안전할 것 같아 토요일 밤을 현장 숙소에서 보내다가 일을 당하게 된 것입니다.
모든 일의 행사 여부를 하나님께 맡기고 주님의 의지에 따라 열심히 일하고 결과는 하나님의 뜻으로 감사히 받아들이는 생활을 실천하기를 2년여 동안에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셔서 무사히 현장 소장의 소임을 다하도록 해주셨고 공사도 무사히 마무리되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까지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나 국민의 반은 회교를 받들고 또 반은 구교 계통의 신앙 생활로 개신교의 전파를 엄격히 제한하여 현재 한국의 선교사 두 분이 교육 목적으로 어렵게 입국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국민이 헐벗고 어렵게 사는 것도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를 모르고 하나님께 의지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제 직원 몇 명이 다시 현장에 나가 잔여 공사를 마무리하여 가고 있어 하나님 뜻에 따라 일이 무사히 끝날 것이고 건설업의 불황으로 회사의 구조 조정 회오리 속에서 내가 회사 생활을 계속하게 될지 100만 명 실업자의 대열에 끼게 될지의 여부도 하나님께 안심하고 맡기어 놓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의지하면 폭탄 속에서도 구해 주신다는 것을 경험한 나로서는 하나님 안에서 실로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랑과 은혜의 하나님 아버지, 모든 일을 내 힘으로 하려고 하지 않고 오로지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뜻대로 할 수 있도록 은혜 베풀어 주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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