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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님, 나 살고 싶어요. 부모님과 동생들과 함께 살고 싶어요.
왜 하필 하나님은 제게 병을 주셨어요?”
하나님께서 이미 거두어 가셔야 할 이 무익한 종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심을 감사한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와 능력을 지금 중병을 얻어 고통과 절망에서 신음하는 환자들에게 알리고자 일주일에 한번 수서에 있는 삼성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환자들을 만나 말씀으로 치료하시는 하나님의 복음과 내 개인의 체험을 전하였는데 그중에서 특별히 98년에 만난 김연재라는 여학생을 잊을 수 없다.
삼성병원 15층 병동은 암환자 병동으로 대부분이 성인들인데 연재는 14살 중학교 2년생으로 제일 연소자라 마음이 아파 더욱 관심을 갖고 기도하였다. 연재는 임파선암이었는데 만남을 계속하는 도중에 99년 폐로 전위되어 폐암 까지 겹치고 말았다. 삼성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 할 수 없다고 판명하여 퇴원시켰다. 연재는 전화로 울면서 “장로님. 나 살고 싶어요. 부모님, 동생들과 함께 살고 싶어요. 왜 하필 하나님은 제게 병을 주셨어요?”하였다.
나 역시 연재의 물음에 선뜻 답을 내릴 수 없었고 그저 침통할 뿐이었다.
삼성병원을 나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연재를 찾아가 나는 이시야 38장 1∼8 말씀을 전했다.
히스기야 왕이 죽을 병에 걸렸을 때 얼굴을 벽으로 향하여 기도하며 심히 통곡하니 하나님은 이사야를 통해
“히스기야 왕의 기도를 들었고 눈물을 보았다” 말씀하시며 “수한을 15년 더하실 것이며 그 나라까지도 적의 손에서 건지고 보호하실 것”을 약속하셨다고 연재에게 말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연재의 눈물과 기도를 보시고 반드시 낫게하실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연재는 장로님의 암 병을 고쳐주시고 히스기아 왕의 죽을 병을 고쳐주신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기겠다며 퇴원했다.
나는 연재의 결단에 심한 심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 더욱 새벽기도에 매달리며 연재의 병낫기를 기도하였다.
어느날 연재는 “아버지와 동생 누리가 예수 믿고 구원받아야할텐데 장로님 와서 아버지를 만나주세요.”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연재의 집으로 가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연재의 아버지를 뵙고 “저는 단지 연재와 병원에서 만난 사이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예수의 사랑으로 인연이 되어 왔습니다. 연재가 그토록 원하니 딸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십시오.”하며 권했다. 그리고 1주일에 한번씩 전화하며 기도해 주었다. 아버지가 바쁘다는 핑계로 교회에 안나가신다고 연재는 울었고 식사는 잘하는지 기침은 나아졌는지 잠은 잘 자는지 묻고 답하고 하다가 끝내는 우리는 신앙 이야기로 마치곤하였다. 연재가 성령으로 충만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몸에 무리가 오지않을까 말렸지만 연재는 2002년 1월 고입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4월에 합격했다. 그리고 내쳐 공부하여 8월에는 대학 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다.
평택 대학 신학부에 들어가기를 원했던 연재는 그러나 무리한 공부로 건강이 악화되고 말았다.
전화로 연재가 했던, 늦게 일어나면 엄마가 밥만 차려놓고 안계셔서 혼자 밥먹기 싫다는 말, 어머니와 같이 밥먹고 싶다는 울음섞인 음성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2003년 2월에 계속 전화해도 아무도 받지를 않았다. 궁금하던 차에 연재가 입원했다는 말을 들었고 2월23일 연재가 위독하니 와달라는 황급한 연재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단숨에 연재가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실에 누워있는 연재의 몸은 종잇장 보다 얇게 쇠약해져 있었으나 얼굴은 천사처럼 빛났다. 그런데 머리에 혹이 크게 나 있었다.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하여 그 덩어리가 머리 위에 모인 것이었다. 내 마음은 너무도 아팠다. 그리고 그동안 전화만 하고 한번 찾아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다.
주치 의사의 말에 의하면 오늘 저녁을 넘길 수 없다고 하였다.
마지막이 가까운 연재는 쉬지않고 동생 누리를 불렀다. 누리가 언니 하고 대답하면 “교회다녀, 교회 다녀”하며 부탁했고 누리는 “약속할게. 언니 약속할게. 언니”하고 다짐했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죽어가는 순간까지 동생과 아버지의 구원을 소망하며 그들에게 믿으라고 유언하는 모습에서 “아! 연재의 가족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연재를 이 세상에 보내셨구나”하고 절절이 깨달아지는 것이었다.
2월25일 연재는 주님의 품에 안겨 고통도 술품도 아픔도 없는 하늘나라로 갔다.
연재의 영전에서 아버지도 눈물을 흘리며 딸이 소원하는 예수를 믿겠노라고 선언하였다. 그렇게 연재는 갔고 그리하여 연재와 나와의 만남도 끝났다.
그러나 연재로 인하여 더 풍성히 알게된 하나님의 구원의 섭리, 그것을 전해야하는 나의 일은 남았다.
연재가 가족을 구원하는 한알의 밀알이 되어 죽어짐으로써 또 다른 새 생명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영광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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