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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는 퍼즐 맞추기의 마지막 한 조각을 찾아내어
마침내 그림에 끼운 듯한 느낌이 드는 한 해였다.
이제야 하나님께서는 그 비밀을 알려 주시다니……
가르침의 현장에서 아직도 서툴고 어설픈 모습이 배어있음을 느낄 때마다 경력 20년의 중학교교사라는 내 이름은 참 부끄럽기만 하다. 학교를 처음 배우러 다닐 무렵부터 가르치고 있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학교 밖을 벗어나 보지 않았던 내가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축복과 은사로 정말 감사할 뿐이다. 돌이켜 보면 내가 매일 오후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떠나오는 그곳은 나의 은신처이자 도피성이었고, 매일 아침 향하여 가는 그곳은 나의 성역이자 천국이었다.
내 교직생활의 20년이 되던 지난해는 퍼즐 맞추기의 마지막 한 조각을 찾아내어 마침내 그림에 끼운 듯한 느낌이 드는 한 해였다. 이제야 하나님께서는 그 비밀을 알려 주시다니……. ( 이 마음은 야속함의 표현이 아니라 그 비밀의 열쇠를 받아들고 안 놓칠세라 꼭 쥐고 지르는 탄성이다.)
그 애들은 내게 교사라는 이름이 얼마나 소박하고 부드럽고 은밀한 이름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완성된 퍼즐의 그림은 예수님이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아 온 산을 헤매시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왜 예전에는 명함이 찬란하고 근사한 학교를 지어야, 명분이 화려한 학급을 먼저 만들어야 그들을 찾을 거라 믿었던가!) 그저 그런 것 없이도, 내게 주신 아무 수식 없는 ‘교사’라는 소박한 이름 하나만으로도 내게 천하를 얻은 듯한 기쁨을 주셨는데…….
한 해가 훌쩍 지나갔다. 새 학기가 시작된 첫날 교실에서 아직 제자리에 와 있지 않는 ‘이은주’라는 이름의 여학생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손위 남매들을 고등학교에 올려 보내놓고도 아직 품에 끼고 있는 엄마의 심정으로 있던 나를 일깨우는 모닝콜의 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학교도서관에서 홀로 있는 시간이면 간절히 쏟아 내던 쓰리고 아픈 기도의 주인공 H와 L을 떠올려 본다. 올해 흰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얘진 입학식날 “선생님 생각이 나서요!” 학교 가는 길이라며 지하철 안에서 전화를 한 L의 음성을 듣고 내 영혼이 깨끗해짐을 느꼈다. 그 날 오후엔 입학식을 끝내고 새 교복들을 입고 새내기들이 되어 찾아 온 한 무더기 애들 틈에서 다소곳한 미소를 짓고 있는 H를 보는 순간 눈가에 맺힌 한 방울의 눈물을 끝으로 이제 나는 새로운 시작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애들로 인해 가슴이 타 들어가던 그 노심초사에서 놓여나기를 아버지께 간절히 간구해 보았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 이것이 끝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 몇 해 전에 나를 그토록 애타게 하고도 졸업을 끝내 못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들어 간 제자 J가 “선생님 저 봉사활동 시간이 없어서 진급 못한대요.” 울상을 지으며 찾아왔다. J와 함께 데리고 온 친구에게 도서관 청소 및 정리정돈을 시키고 확인서를 써 주었다. 올해는 선생님 속 안 썩여 드리고 착실히 잘 다니겠다는 말과 함께 환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J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들이 얼마나 더 내 기도 속에 짙은 그림자가 되어 남아 있으려나를 가늠해 본다.
며칠 전 주일날 밤에 반가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선생님 땜에라도 이제 학교 잘 다닐 거예요.’ 아침에 제대로 챙겨 줄 가족 없이 외롭게 사는 은주에게 모닝콜이 잘 나오는 자명종 시계를 선물한 후 은주가 보내오는 메시지 중 하나였다. 개학 날 이후 아직까지는 한 번도 지각을 안하는 그 소녀가 예쁘기만 하다. 올해는 이곳에서는 마지막 근무하는 해여서 아마 주님이 주시는 보너스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그 동안 흘린 눈물이 마를 여유를 주시는 것인지도!
그 분은 겸손하여 나귀 곧 멍에 매는 짐승을 타고 조용히 우리에게 오셨음을 묵상해 본다. 요즘 말로 다시 태어나도 내가 선택했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나직이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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